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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10.4.13] 음악이 없는 금단 현상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2. 26.

오래된 CDP를 들였더니 자그마한 문제가 생겼다.

미니멀리즘의 전형인 마크레빈슨 CDP의 트레이에 일관되지 않은 동작이 생긴 것이다. 얇디얇은 알루미늄 베이스의 트레이가 '슈슝~' 거리며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것이 마크 CDP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어쩌다 한 번이지만 트레이 여닫기가 굼뜨거나 나오다/들어가다 말고 중간에 멈추는 일이 생겼다. 당해본 사람은 알지만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게다가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기기라면 더욱더. 

마크의 CDP의 트레이 모듈 부분. 정말 '하이엔드'스럽다.(고장이 잦다는거만 빼면..ㅠ.ㅠ)

트레이를 구동하는 고무밴드에 문제가 있을 것을 생각되었다. 하지만 구입한 샵이 인천이다 보니 물건을 멀리 보내는 것이 불안스러워서 일단은 '황학동'에 들고 가서 응급조치를 받기로 했다. 싸고 잘한다는 인터넷상의 입소문만 믿고 찾아간 곳인데 겨우 겨우 점포를 찾았을 때의 그 후회란 ㅠ 점포의 크기를 가지고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버려도 가져가지 않을 리시버며 빈티지-고물이란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스피커로 탑을 쌓고 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나이 지긋한 사장님 혼자 수리를 하고 계신 곳이었는데, 마크레빈슨을 맡기기에는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트레이를 여는 단추조차 찾지 못하시는 것을 보니 마크를 처음 보시는 것 같다. 결국 마크의 배를 딴 모습을 구경한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돌아왔다.

 

위 마크39L 사진 중에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부분이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무밴드 위치. 하지만 저 밴드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모듈을 전부 들어내야 하는데 이 곳에선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결국 인천의 샵으로 보내기로 하고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발송했다. 덕분에 오가는 3일 동안 음악을 듣긴 틀렸다. CDP가 없을 땐 PC와 DAC를 이용해 아쉬운 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마크 CDP가 DAC 역할까지 하다 보니 PC-Fi도 함께 멈춰 섰다. 그렇다고 DVDP를 옮겨 앰프에 연결하기엔 일거리가 너무 많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 식사 후 취침 때까지 편안한 장르의 CD 몇 장을 돌리는 것이 큰 낙이었는데 음악 없이 보낸 어제 하루가 무척이나 불편스러웠다. 공연히 스피커 뒤를 쳐다보기도 하고 오디오랙 뒷 편의 케이블을 만지작거려 보기도 하지만 허전한 맘을 달래기엔 별 도움이 안 된다.

건강에 도움을 위해 가끔은 일부러 하루 이틀 단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몸의 독소를 배출해 내는데 특효가 있다 한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어쩌다 경험하게 되는 음악적 '단식'이 앞으로의 오디오파일 생활에도 좋은 효과가 있길 바란다.  '소리' 보다는 '음악'을 듣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


※ 추가 (2010.4.14) : 수리를 보낸 지 이틀이 지났다. 다행히 수리가 잘 되었고 앞으로 몇 년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내일 정도면 트레이가 완벽해진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생각하니 설레기까지 한다.  바꿈질도 아닌 일에 느껴보는 모처럼만의 '기다림'이다.

※ 추가 (2010.4.16) : 어제(15일) CDP가 돌아왔다. 바로 PC-Fi에 투입하느라 트레이를 많은 시간 점검하진 못했지만 다행히 잘 수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 저녁이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12.26.

 

본문의 글은 정확히 그보다 한 달 전에 올렸던 포스팅에 연결된 내용이다.

 

[2010.3.13] SACD는 포기한 봄맞이 소스 교체, 마크레빈슨 39L

가지고 있는 1,500여 장 남짓의 음반들 중에서 SACD는 채 20여 장이 넘지 않을 것이다.-정확히 헤아려 본 적이 없으니 그저 그렇게 추정해 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들을만한 SACD들이 보통의

aladdin-today.tistory.com

 

오래된 중고를 들인다는 것은 그만한 리스크를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담긴 것이기도 하고 전주인에게 길이든 녀석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뭐 그러니 CDP 트레이의 여닫기 정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그다지 큰 일도 아니다. 하지만 오디오 기기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수리를 맡기기가 애매해진다. 수입품의 공식딜러들 역시 제대로 된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입상들이 주로 한 가지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아이템의 수많은 기종을 취급하는 보따리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수입상 자체가 수시로 변경되기 일쑤다. 그러니 필요한 부품이며 기술을 다 가지고 있다는 기대부터가 뭔가 오해일 수 있다.

 

게다가 기기에 하나의 문제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연이어 다른 부분에도 문제가 곧 예정되어 있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해서 마크레빈슨 CDP가 생각보다 오래 내게 머무르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거기에 한번 보인 결점을 쉬 눈감아주지 못하는 못난 심성이 한몫 거들었다.

 

어찌 되었건 고장 등의 이유로 강제로 맞게 되는 이런 음악적 휴지기 혹은 간헐적 단식(?)이 음악적 감수성이나 평가의 냉정함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방법이기도 해서 음악 본연의 즐거움으로 다소나마 돌아가게 하는 좋은 비결이 되기도 한다.

 

궁핍이 내일의 희망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곁에 늘 있는 것. 늘 향유하는 것. 언제나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는 한계효용은 늘 체감한다. 

 

가끔을 한 걸음 떨어져 있을 때 그 진정한 가치를 찾는다. 일부러라도 조금 스스로 불편해져 보는 하루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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