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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0.6.15.] 혼자만의 열대야

by 오늘의 알라딘 2025. 2. 10.

요즘 특히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약간의 영향은 있겠으나 꼭 월드컵이 시작한 이유만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이유는 겨우 유월 중순을 넘겼을 뿐인데도 시작한 '열대야' 때문이다. 가족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니 아직 일반화하기에는 오류가 있지만 지독한 더위 때문에 몇 번씩이나 잠을 깨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뜩이나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타입인데 요즘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지난 12월 본사를 옮겨온 건물의 냉방 시설도 너무 열악한 것이어서-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없는 중앙 공급식인 데다 그것도 오후 6시만 되면 딱 끊어 버린다-쾌적한 근무환경과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다.

밤잠을 설치다 보니 낮에는 극도의 피로감을 맛보게 되고, 커피에 의존해 살다가 집에 돌아가면 또다시 무력감 때문에 운동도 못 가고 비실비실 누워만 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찬물로 샤워를 해보지만 그때뿐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더위를 못 참아내는 체질로 바뀌었을까?

늘 손발이 차고 겨울마다 '동상'을 달고 살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65~67kg 사이를 오가는 체중이니 뚱뚱한 편이라 할 수도 없는데 언제부턴가 유독 여름을 힘겨워하고 있다. 게다가 운동을 시작한 이후론 땀구멍이 열려있어인지 조금만 더워지면 땀도 쉽게 흐른다.

뭔가에 몰두하면 좀 나을까? 싶어 집에 돌아가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붙잡고 있다. 집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제법 쌓여 있을뿐더러 최근 여러 권의 책을 충동구매한 것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 치우고 있다. 어느 날은 두어 시간에 한 권씩을 소비(?)해가고 있는데 더위를 비켜가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 뭔가를 소비해야 뭔가를 얻게 되는 철저한 'Trade-off'를 경험하면서 아등바등 붙잡고만 살려한 삶에 대한 심드렁한 생각도 잠시 갖는다. 역시 공짜는 없어~ 

하지만 아직도 6월인데 이 노릇을 어쩐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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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10.

 

언젠가부터 손발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까? 인생의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분명한 건 60킬로 초반의 갈비씨를 벗어난 후부터다. 그게 살이든 근육이든 지방이든 뭔가 태울만 한 게 몸에 붙어 있어서 인지 모르겠다. 얼추 40대에 들어서면서 무엇에 홀린 듯 운동을-찔끔씩이긴 하지만 -생활 속의 루틴으로 삼아 살기 시작한 때부터다. 혹자는 사회생활에 지쳐 화가 쌓여 몸 안의 열기가 그렇게 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뭐 어찌 되었건 그 어간이다. 

 

그러니 어느 순간 지옥 같었던 겨울이 여름으로 옮겨갔다. 사실 지옥은 역시 불지옥이 제맛이긴 하다. 몇 걸음만 옮겨도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 멋 내기로 고수하고 있는 장발 스타일을 물에 빠진 생쥐꼴로 만들어 놓는다. 

 

지난주 내내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였다. 집이 따뜻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집에서는 웃통을 벗고 살고 있고 잘 때도 이불을 걷어찼다 다시 끌어당겼다를 무한 반복 중이다.

 

또 어떤 기회에 체질이 변경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무언가를 단정하는 일을 말아야겠다. 

 

사람일. 내일을 모르게 변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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