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11.17.
새로 만든 블로그로 20여 년 전 글들을 옮기는 중에 처음으로 진짜 오늘의 현장감 있는 글을 쓴다.
살면서 역사적 이벤트들을 몇 가지나 기억하며 살지 모르지만 다음 달 15일이면 '전보(電報)'가 그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보가 무엇인지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이 생겨날 변곡점에 서 있는 거다.
내가 받은 유일 유이한 전보는 전부 회사로부터 받은 것이다. 입사합격 축하와 과장승진 때 받는 두 개 정도.
'초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세상에 138년을 버텼으니 제법 천수를 누린 셈이다.
우체국이 이젠 택배회사나 은행/보험의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처럼, 우체국에서 KT로 업무가 넘겨진 전보 역시 이젠 누군가의 긴박한 연락보다는 이런저런 축하선물이나 꽃다발, 케이크의 '부록 카드'로 변신을 꾀한 덕에 그나마 장수할 수 있었다. 이젠 다시 한번 '축하카드 서비스'로의 변신으로 전보라는 노쇠한 이미지는 완전히 버리는 편을 택해 새로운 생을 이어간다.
같은 시각으로 다음에 사라질 물건은 뭘까? 내 생각으론 공중전화.
찾으려 애쓰면 아직은 제법 여러 군데 살아있고, 얼마 전 구치소 탈주범도 이 공중전화를 이용하다 붙잡힌 것을 보면 무선통신 마비나 비상상황을 대비한 사회안전망 인프라 이외로도 쓰임이 있나 보다.
하지만 지갑도 안 가지고 다니는 마당에 갑자기 공중전화를 쓰려고 해도 동전이나 전화카드-그런 게 아직 존재하기나 한지도 모르겠다ㅎ-가 있을 리 만무하고 무엇보다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거의 전무하다.ㅠ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한 112, 119 같은 비상전화용으로의 기능마저 다 한다면 쉬 사라지지 않을지.
전보가 처음 등장한 138년 전.
이 생경한 서비스 덕에 당시 봉수나 파발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졸지에 생계를 잃었다.
새로운 것의 등장은 이면에 다른 어떤 것의 몰락이 같은 크기로 담겨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먼저일지 모르겠지만 사라짐과 나타남은 결국 이음 동의어 일지도.
그러니 나의 사라짐과 너의 나타남에 너무 일희일비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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