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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6.6.9] 내가 만난 유명인사, 국악 소리꾼 '장사익'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1. 22.

어느 때부터 장사익이란 사람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던 그렇지 않던 적지 않은 나이의, 그것도 국악-그가 정통 국악인이 아님은 틀림없다-예술인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삼성그룹의 신입사원은 입사 후 갓 6개월이 지날 즈음에 '하계수련대회'라는 이름으로 2박 3일 정도의 행사를 갖는다.  이곳을 통해 그룹입문교육 때의 동기들과 지도선배들도 다시 만나게 되고 각 사를 대표해 그들의 끼와 열정을 마음껏 펼칠 場을 갖게 된다. 

 

올해 프로그램 중에는 유명 예술인을 초대해 그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연 속의 문화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중 국악 예술인인 장사익 씨의 과정을 내가 책임자로서 진행하게 되었다. 최근 그가 쓴 붓글씨가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 디자인 모티브로도 사용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터라, 다재한 그와 그의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참이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국악예술에 입문해 이제 정상에서 한 껏 꽃을 피우고 있는 초로의 왜소한 예술인은 행사 당일 무척이나 일찍부터 행사장에 도착했다.  자신이 부를 노래와 음향기기를 일일이 점검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된 성공'을 담담히 강연하는 그의 모습이 진실되기만 하다. 비가 간간이 흩어 뿌리는 좋지 않은 날씨에도 한 시간의 공연을 정열적으로 진행해 주고 신입사원 한 명 한 명에게 사진 촬영과 싸인의 시간을 할애해 준 그에게 감사한다.

 

하계수련대회에 참가하기 전 카드사의 보너스포인트로 Westlife의 2003년 앨범을 뒤늦게 주문했었다. 그를 만날 줄 알았으면서도 그의 앨범 "하늘 가는 길"을 주문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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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22.

 

이후 몇 해를 두고 장사익의 앨범을 여럿 구입했다. 그중 '6집 꽃구경'은 그날 선곡이 애매할 때마다, 오디오기기를 바꿀 때마다 정말 자주 듣는 나만의 '즐겨찾기'가 되었다.

 

목례 한 번 악수 한 번 후에 그를 소개하는 게 내 역할의 전부였으니 나를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그와 그의 노래를 잠시나마 한 공간에서 향유했다는 것 만으로 나에겐 그와의 인연이 이미 질기다. TV 채널을 옮기다 예고 없이 등장하는 그를 마주하면 있지도 않은 옛 여자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세월이 지나 이젠 더 이상의 삼성그룹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는 없다. 화면 속의 장사익도 어느덧 백발의 74세 노인이 되었지만 그의 마음을 후벼 파는 쩌렁한 음성은 여전히 2006년 평창 휘닉스파크의 그때 그대로인 게 감사하다.

 

아. 여전히 건강하시구나.

상대는 모르는데 나만 아는 구질구질 한 인연거리만 자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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