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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7.1.3] 오늘의 음반 - The Carpenters Singles(1969-1981)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1. 30.

8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은 감수성을 공통분모처럼 갖고 있다. 지금처럼 차별화되고 개성 가득한 취미 생활과 동아리 모임이 활발했던 시절도 아니고, 인터넷이 있지도 케이블 TV가 왕성했던 시절도 아니다. DVD라는 매체는 아직 태동도 않은 시절이었고 방송국에서 조차 귀하기만 했던 CD 음반들을 김기덕 아저씨가 "콤팩트 디스크 쑈~!" 하면서 자랑스럽게 틀어주던 시대였다. 모두 너무나 아날로그적이고 아침에 눈뜨고 저녁에 잘 때까지 다들 고만고만한 문화적 혜택 속에 하루를 살았다. 

 

너무나 빨리 달려와 버린 지난 20년 가운데 몇몇 기억 속에 살아남는 팝스타들이 있다. 그땐 정말 세상의 전부였던 스타들 말이다.  마이클잭슨, 신디로퍼, 프린스-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바꿨다고 들었다, 컬처클럽(보이조지), 웸(죠지마이클), 브라이언 아담스, 뉴키즈온더블럭, 라이오넬 리치 그리고 그 당시에도 한물갔던 앨튼존, 사이먼&가펑클, 빌리조엘, 시카고, 에어 서플라이, 스티비원더... 아, 얼마 만에 불러보는 이름들인가!...... 그리고 카펜터스(Carpenters).
 
지금은 정말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들이지만 한국의 대중가요에게 그 주도권을 넘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이들과 보냈는지 모른다.

실로 오래간만에 팝송앨범을 산 셈이다. 그들이 활동했을 때는 있지도 않았던 SACD 포맷의 음반으로 말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들 남매의 얼굴을 이 앨범을 통해 처음 본다. 그만큼 문화적 한계 속에 살았음을 의미하는 일이다. 아내도 좋아하는 그룹이라 MP3로 CD를 구워 들었는데 의외로 소스가 별로 없는 데다 음질이 좋지 않아 얼마 후 버려버린 적이 있는데, 이번 음반은 실로 환상이다.  담겨있는 21곡의 싱글 히트곡 중에는 심지어 처음 듣는 곳도 있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그들의 감미로운 음악에 호사스러운 80년대 어느 저녁을 부탁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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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30.
 
시그널 몇 소절 만으로도 순식간에 80년대 학창 시절 어느 비루한 하루로 시간을 옮기는 그런 음악들이 있다. 그리 넉넉하지도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던 시기였을텐데 내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남기 시작한 첫마디여서인지 그 어간의 추억은 늘 애틋하다. 공연한 눈물을 부르는 시절. 흩날리는 최루탄을 벚꽃처럼 보던 우울한 시간이기도 있다.
 
그나마 카펜터스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그때나 지금이나 지랄 맞은 현실에서의 3분짜리 도피성이 된다. 청량하며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저음 가득했던 카랜 카펜터의 편안한 음색은 컨트리 음악으로 분류될 그들의 그것을 다른 차원으로 돌려놓는다.
 
열악한 음질의 모노라디오에서 늘어진 카세트테이프로, SACD를 넘어 이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모양을 바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만 그때마다 언제나  전 여친 아내를 기다리던 90년대 초 삼양동 버스정류장 계단 앞에 서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추억 소환의 도구가 되길 넘어 스스로가 추억이 되고 화석이 되어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배철수 아저씨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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