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하고 있는 CD가 1,000장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추가로 CD를 들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CD와 레퍼토리가 겹치진 않는지가 자신이 없어진다. 실제로 벌써 여러 연주자에 의한 동일 레퍼토리가 여러 장이 되어버린 타이틀이 꽤 생겼다. 과거에 복사본으로 가지고 있는 앨범이라면 추가로 구입한다고 해도 부담이 없는데, 연주자별로 연주의 질을 구별할 식견이 부족한 상태에서 같은 레퍼토리는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니다.
최근엔 잡지나 온라인 사이트의 시청기를 읽고 구입하는 버릇이 생겼다. 먼저 들어본 사람의 소감을 통해서 좋은 명반을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구매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구매를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그들과 취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다. 음악의 내용보다는 음질에 치중했던 사람들의 뽐뿌에 듣지도 않는 POP이나 오페라 아리아 CD를 집어 든 것은 정말 실수였다. 에릭크립튼의 잔잔한 어쿠스틱을 기대했던 음반은 초기 그의 메탈적(?) 정신을 담고 있는 곡들로 인해 SACD의 그 좋은 음질에도 불구하고 전곡을 다 듣지도 못하고 CDP 트레이에서 내렸다. 명반의 반열에 오를 앨범이라는 소리에 현혹된 전형적인 사례다. 그나마 게오르그의 푸치니 아리아는 클래식의 또 다른 정수라는 점에서 실패라고 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나의 취향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반면 역시 클래식은 아니지만 국내 CF음악에 무수히 차용된 일본 여가수 후지타 에미의 Camomile Best Audio 앨범은 편하게 크로스오버를 즐길 수 있는 앨범으로 SACD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쇼핑의 유일한 한 장이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2.14.
불합리한 쇼핑이 있다면 음반이다. 무언가를 구입하기 전엔 적어도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지 테스트를 하기 마련이다. 옷은 입어보고 신발은 신어보고 책은 몇 장 읽어보고 살 수 있다. 그나마도 아니면 반품의 길이 열려있다. 하지만 음반은 아니다. 신보 몇 장은 청음을 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춘 곳도 있지만 허다한 음반을 그리할 순 없다. 오로지 연주자나 가수의 명성에 기대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음반을 구입하기 전엔 여기저기 귀동냥을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성공하더라도 여러 트랙이 있는 음반의 경우 그중 한두 곡 말고는 건질 것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저 날 그나마 자주 트레이에 올릴만한 한 장을 건진 것이 다행인 경우였다.
후지타 에미(Emi Fujita, 藤田恵美).
이후 맘에 들어 그녀의 앨범 몇 장을 소유하고 있다. 63년생 일본 가수로 남편 후지타 류지와 'Le Couple'이란 이름으로 데뷔했고 주로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서 인기가 있었다. 어색한 영어발음의 중저음 보컬이 매력적이다. 카펜터스의 카렌 카펜터 Karen Carpenter 이후 이런 음색에 취향이 있어 한동안 자주 들었다. 주로 본인의 곡보다는 히트했던 곡을 커버하는 방식의 앨범이 주인데 예를 들어 신디로퍼의 'True Colors'와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오히려 원곡을 능가하는 감동을 준다.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인 발라드가 동양인 감성의 코드와 잘 맞는다.
쓸데없는 말이지만 마흔이 한참 넘어 그녀는 2007년 이혼했다.
남편의 성을 따라 '후지타'가 된 경우인데 너무 오래 그리 불렸기 때문에 이런 경우 일본에선 어떻게 부르는지 궁금하다. 가문의 일원이라는 포장이기도 했겠지만 그의 소유물이란 개념이 강한 아내의 성 바꾸기가 시대와는 영 구색이 맞지 않다.
그러고 보면 출가외인이라 하면서도 성을 지켰던 우리네 방식이 대단히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구의 배우자라고 병기해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글 또 더하기]
오늘은 2024.3.8.
원래 아래 내용은 [오늘의 음반]이라는 소제목의 글로 2009.2.4.에 별도로 올렸던 것인데 딱히 그녀의 앨범을 두고 더 이상 왈가왈부 할 말이 없어 관련된 글 밑에 [글 또 더하기]로 소개한다. 한꺼번에 쭈욱 읽어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 이유다.
오늘의 음반 - Emi Fujita (후지타 에미) 마음의 식탁 (ココロの食卓)
약간은 몽환적인 음색이 매력적인 후지타 에미의 앨범을 한 장 더 소유하게 되었다.
그녀의 음색은 전반적으로 늘어진 느낌에다가 '반에 반음'쯤 떨어진 음정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늦은 저녁 자장가처럼 듣기에는 팽팽한 긴장감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없으므로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다. 그런 의미에서 스피커 테스트 용도로 이 음반을 선택한다는 것은 추천하기 어렵다.
'마음의 식탁'. 익숙지 않은 어감의 앨범 제목이다. 일본식 조어일 것이다.
일전에 소유한 영어가사의 음반과는 달리 이 앨범은 전형적인 일어 가사의 일본 가요 모음집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엔카라고 부르는 일본식 트로트는 아니다. 다만 재즈라고 부르기는 가볍고 발라드라 부르기엔 역시 적절치 않은 일본형 대중가요로 일본 영화나 드라마 배경음악 정도로 쓰이면 좋을만한 곡들을 모아놨다. '가족애'를 주제로 만든 노래들이라고는 하나 일어가사는 전혀 와닿는 것이 아니어서 전작과 같이 듣기 편안하다를 넘지 않는 수준의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음악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나 그녀의 음악이 이미 CF 등으로 익숙한 상태의 것이라 굳이 '일본'이라는 테두리에 가둬놓고 볼 필요는 없다.
가끔 친구나 가족의 음성이 듣고 싶을 때 그럴싸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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