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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2.2] 나의 로망 - 소너스파베르 크레모나 스피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3. 8.

물욕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소유하고 싶은 '로망'으로서 물건들이 몇 가지가 있다-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럴 것이니 용서가 될 것이다.

시계, 카메라, 만년필 등등 리스트로 적어가자면 수십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BMW' (이건 요새 자꾸 렉서스나 아우디로 바뀌고 있다. 포르셰나 람보르기니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ㅋ)이고 오디오쟁이로서는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였다. 가격으로 생각하면 훨씬 비싼 자동차와 스피커가 무궁무진하지만 나름의 로망으로서의 기준이 분명하다.
 
그 첫째가 바로 디자인으로서의 예술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성능이야 기본일테고, 단순히 비싼 물건이라 좋다가 아니라 소유자의 가치와 인생관, 미적 감각까지도 한꺼번에 드러내 줄 수 있는 명품이어야 한다. 분명히 졸부들이 돈으로 들이대 구입해 버리는 그것과는 다른 것이어야 한다.

또한 시간이 흐른다 하더라도 그 가치가 떨어지기보다는 전통으로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드디어 그 로망 중의 하나인 스피커를 들였다.

늘 모든 바뀜질이 그렇지만, 너무나 충동적인 교체였다-스피커 교체를 충동적으로 한 것뿐이지 기종은 이미 예전부터 결정되었던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물론 궁극의 '로망'인 최상위 기종 '아마티'는 아니지만 중급기종 정도되는 '크레모나'가 그 주인공이다. 궁극이 아니라는 것은 여전히 바꿈질의 여지가 있는 것이지만,  설사 지금 '아마티'를 누군가 준다 한들 들여놓을 공간도, 그 녀석을 울려줄 앰프도 없으니 '크레모나'가 현재 수준에서는 최선의 '로망'이니 적어도 한동안 스피커의 선수교체는 없을 것이다.

소너스 파베르는 이탈리아의 스피커 브랜드이다. 일단 디자인은 끝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바이올린이나 현악기의 명산지인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방의 이름을 딴 스피커이니 '크레모나'는 듣지 않아도  현악기에 발군일 것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소편성 중심의 클래식 감상이 거의 대부분인 내게는 더할 나위가 없는 물건이다.

2002년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1,000만 원이 넘었던 녀석인데 얼마 전 신형기종인 'Cremona M'이 출시되면서 몸 값이 급격히 가벼워졌다.

다행히 연식에 비해서는 깨끗한 중고를 들였지만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부분의 크고 작은 상처와 유니트 엣지가 생활노후(?)된 부분은 숨길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이엔드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을 해도 욕먹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스피커를 교체하면서 느낀 점.

제대로 된 브랜드의 중급기 이상이면 스피커의 질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라는 점. 본인의 취향에 맞는 스피커를 찾는 길이 남아 있을 뿐이다. 가격이 아무리 비싼 스피커를 들인다 한들 음악적인 만족도를 가격 차이만큼 느끼기에는 애당초에 틀렸다는 말이다. 어지간한 중급기들의 성능이 너무도 좋다.

크레모나의 성향은 전반적으로 '밝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요란하고 소란스럽다는 느낌은 아니고 어느 누구의 표현처럼 지중해의 청명한 하늘을 보는 느낌이랄까?  영화 '맘마미아'의 배경 정도를 생각하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람들마다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것처럼 현악기의 질감을 느꼈다던 가는 하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아직 그 정도로 성능을 이끌어내기에는 세팅이 부족하다. 아님 내 귀가 막귀이거나. 
 
저음의 양은 생각보다 많아서 부밍이 걱정될 정도이다. 클래식에선 적당한데 킥드럼이나 콘트라베이스가 섞인 재즈에서는 다소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이참에 다소간의 세팅을 손 보아야 할 것 같다.  벽면과의 거리를 최대한 이격 시키고 제조사에서 추천하는 것처럼 토우인을 줄 생각이다.
 
기존의 스피커 케이블은 바이 와이어링용인데 소너스는 모두 싱글 바인딩포스트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스피커 쪽 케이블 한 쌍은  접속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연테이프로 감아놓았다. 보기 싫지만 한동안 은선 케이블을 교체할 계획이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다.

오디오의 기본은 스피커를 결정하고 이 것을 기준으로 기타 장비들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곳까지 오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기준이 결정되었으니 이제 나머지는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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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3.8.
 
본문 '스피커를 교체하면서 느낀 점' 이하의 뉘앙스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고대하면서 나름의 명품 스피커를 들인 기쁨과는 달리 행간마다 뭔가 찜찜함이 묻어있는 걸 눈치챘는지? 
 
이제 돌아보니 생각보다 오래 같이 못한 비운의 스피커이고 '삽질'의 나비효과로 엉뚱하게도 내가 진공관 앰프를 기웃거리기 시작한 도화선이 된 그런 기종이다. 앞으로 이어질 오디오 삽질은 이곳을 통해 공개할 듯하니 오늘은 이걸로 그치자.
 
어찌 되었건 맘 속이든 어디 수첩에 기록해 놓든 상관없이 언젠간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담아두고 염원하다 보면 결국 하나둘씩 이루어간다는 걸 확인한다.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는 적어도 그런 것들의 하나였다.
 
본문의 글을 쓴 기억도 없는데 다시 읽어보니 또 하나의 로망이라 언급했던 BMW는 2년 전부터 몰고 있다. 반도체 대란 중에 제네시스의 대기기간을 못 참고 큰 계획없이 어찌하다 보니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15년 전에 생각했던 그것을 나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떤 노력을 하거나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되더라도 목표를 정해놓고 꿈꾸는 것은 적어도 그 방향을 보고 서 있게 만들기 때문에 늘 권할만하다. 로또 한 장으로 1주일을 희망하며 살아가는 것과 같은 논리다. 너무 큰 기대만 없다면.
 
이제 당신의 다음 로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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