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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8.4.22] 오늘의 음반- 존 로드(Jon Lord)의 'Durham Concerto'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 3.

자고로 음악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게 내 고집이다.

물론 아름다움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를 수 있겠으나 내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대중적인 보편타당한 아름다움이다. 예를 들어 어떤 추상화를 보통의 감상자가 쉽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면-심지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그 작품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작가의 독특한 심미주의에 대한 감상이 될 뿐이다.

클래식에도 여러 종류의 다양한 분야의 음악과 연주가가 존재하지만, 좋은 음악이란 듣고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다소 어렵거나 음악의 형식미를 더욱 중요시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 역시 그 나름의 이유 있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전설적인 락 그룹 딥퍼플의 맴버였던-2002년 탈퇴- 존 로드(Jon Lord)의 새로운 클래식 앨범인 'Durham Concerto'은 적어도 앞서 말한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세번째가 되는 이번 앨범은 오르가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존 로드의 작곡이라 그런지 Hammond Organ이 곡 전반에 배치되어 있어서-직접 연주했다-웬만한 교향곡 못지않은 장엄함과 시종의 목가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더햄대학'의 개교 175주년을 기념하기위해 위촉된 이 작품을 통해서 락그룹 멤버로서가 아닌 작곡가 존 로드를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침/점심/저녁의 표제가 붙은 삼부작에 각 각 두 개 악장으로 구성된 그의 음악은 때로는 오래된 웨스턴 영화의 배경음악의 느낌도, 때로는 강렬한 재즈의 리듬도, 때로는 어느 만화영화의 배경으로 쓰임직한 현대음악의 곡조들이 절묘하게 배열되어 있으면서도 시종 '아름다움'이라는 본연의 미덕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5악장-악장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지 모르겠으나-'Rags & Galas'에는 급격한 현대음악과 깊은 첼로의 저음이 숨 가쁘게 믹스된 가운데서도 '대학축전서곡'의 익숙한 멜로디가 듣는 이에게 또 다른 편안함을 줄 뿐 아니라 더햄'대학'의 위촉곡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위트 있게 전해 준다.  

오늘같이 조금은 우중충하고 비장감을 느끼고 싶지만 대편성 교향곡은 조금 부담스러울 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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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3.
 
가끔은 우연히 소개를 받거나 집어든 CD에서 진주와 같은 앨범을 발견할 때가 있다. 클래식치고는 현대음악 축에 껴야 할 곡이지만 내가 극혐 하는 불협의 그것이 아니라 시종 평안하면서도 장중한 오르간의 멜로디 라인이 아름답다. 적어도 불편스럽지 않다.
 
독특한 음색과 전자기타 이상의 파워있는 키보드 연주로 딥퍼플의 차별점을 만들어 냈던 키보디스트 존로드의 작곡 능력과 본 윌리암스를 연상시키는 목가적 서정성이 노섬브리안 스몰파이프를 통해 들어볼 수 있는 오르간 연주 역량을 모처럼 재확인할 수 있는 명반이다.

존로드는 딥퍼플 이외에도 화이트스네이크와 그가 발굴해낸 데이비드 커버데일의 밴드에서도 연주했다. 그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오르간의 중저음처럼 늘 백업멤버로 자리하며 묵묵히 자신의 음악에 매진하다 본문의 글을 올린 지 몇 년 후인 2012년 세상을 떠났다.


'Durham Concerto'은 결국 그의 후기 작품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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