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12.1.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 특이한 이름이다.
올해 제44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이병헌을 배출한 '콘크리트 유토피아(Concrete Utopia)'의 그 콘크리트 맞다. 흔히 왜색의 '공구리'친다는 말로 변형된 채 사용되어 투박함과 무미건조함, 도시적 삭막함과 노동자의 고단함이 함께 묻은 단어이지만 라틴어 콘치노(Concino)의 ‘노래하다, 연주하다, 화합하다’라는 뜻과 어울려 전혀 다른 생활공간으로서의 음악감상실로 지난 21년 5월 파주에 문을 열었다.
먼저 고백한다. 사실 이런 글은 직접 가보고 써야 할 텐데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매번 근처 프리미엄 아웃렛 쇼핑몰만 들렀다 돌아오다 보니 영 기회가 없었다. 방문한 적도 없고 뒤에 소개할 몇몇 특징 때문에 당장은 '안 갈' 계획이라, 개인 운영으로는 세계 최대 LP전용 음악감상실이라고 하니 '진성' 음악감상실을 찾는 분을 위해 추천소개만 한다.
우리가 파주의 프로방스라고 부르는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간 곳, 공교롭게 혹은 하필이면 일전에 소개한 황인용의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 음악카페와 차로 10분 거리에 서로를 마주하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니 아래 쓸 글들도 자꾸 둘을 비교하며 쓰게 된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특수성이 음악을 찾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설립자도 치과의사 오정수 원장이다. 실직적 운영은 그의 아내 최윤정 씨가 맡고 있는데 ‘아시아의 인어’로 불렸던 전 수영 선수 최윤희의 언니이자 그녀 역시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배영선수였다. 그러니 아시는 대로 오원장과 음악인 유현상과는 동서지간이 되겠다.
사용된 시스템의 구성은 마치 따라한듯 황인용의 카메라타와 유사하다. 거의 동일하다. 이미 여러 번 청음을 해 봤기 때문에 굳이 이곳을 서둘러 찾지 않는 첫 번째 이유이다.
카메라타와 모델은 다르지만 이 곳도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를 메인으로 쓰고 있고 공중에 목줄이 달려 매달린 와플 모양 혼 타입 스피커를 정면에서 본 그림은 이곳 음악감상실의 심벌이 되어있다. 특이한 것은 3대라는 점인데 좌우 스테레오 구성도 아니고 3대 각각의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했을지 몹시 궁금하다.
극장용 스피커의 명기 '클랑필름(Klan Film) Eurono Junior'도 동일하게 이곳에도 있는데 그 크기 때문에 카메라타가 건축 당시부터 벽체에 매립해 지어졌듯, 콩치노 콩크리트 역시 설치 후 창문을 내어 달았다 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카메라타의 유로노 쥬니어는 내부 유닛이 가로배치라면 이곳의 그것은 세로로 되어있다는 점 정도에 차이가 있다. 독일 문화재급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상태나 구성을 볼 때 오히려 카메라타의 그것보다 신형으로 보인다.
결국 스피커로 대변되는 시스템 쪽은 카메라타와 크게 특이점이 없고 LP만을 튼다는 것도 뭐 CD를 간간이 섞어 트는 카메라타와 구별점이라고 보긴 어려울 테고 결정적 차이라면 공간의 다름이다. 카메라타 역시 소규모 실제 연주 모임을 진행하고 있지만 Camerata란 말 뜻이 예술 동호인 혹은 작은 방을 뜻하는 이탈리어임에서 알 수 있듯, 본격적인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음악 감상을 겸한 탁 트인 생활 밀착형 카페 공간이다. 반면 콩치노 콩크리트는 본격적인 연주 음향을 염두에 둔 곳에 가깝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설계를 맡았던 민현준 교수의 작품인데 1층의 필로티 위에 2~3층은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복층 감상 구조에다 무대 길이를 콘서트홀의 그것과 같게 한 설계로 어디 앉든 현장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앉는 위치에 따라 조금 상이한 소리는 듣게 되는 카메라타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평일엔 오후 1시(주말은 12시)에 문을 열며 마지막으로 참고할 점이자 내가 바로 이곳을 찾지 않는 이유 두 번째는 물 이외의 일체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며 따로 제공되는 음료도 없이 입장료 2만 원이다. 입장료도 상관없고 음악에 집중하자는 취지도 동의하는데 커피 향도 없이-그렇다고 연주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멀뚱하게 음악만 듣는다는 건 노동에 가깝다. 그렇다고 요즘의 하이엔드 오디오쇼처럼 칼 같은 해상도와 정위감을 주는 시스템도 아니니 그렇게 각 잡고 음악을 즐길 이유도 없다. 코 못지않게 귀도 생각보다 쉽게 피곤해지는 감각기관이다. 결국 스마트폰이나 읽을거리를 찾게 될 것이고 얼마 되지 않아 음악은 BGM이 될 거다. 반면 사진촬영은 허용한다고 하니 목적과 달리 MZ들의 인스타그램용 스튜디오가 될 것이라 애써 서두르지 않는다.
끝으로 카메라타와 달리 선곡도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카메라타 쪽으로 발길을 할 것 같다.
/콩치노 콩크리트(Concino Concrete)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161번길 17
사족
- 가는 날이 장날. 오늘부터(2023.12.1) 카메라타의 입장료가 성인 12,000원에서 15,000원(청소년 12,000원)으로 인상된다. 그래도 아직 저렴하다.
- 콩치노 콩크리트의 영향을 받았는지 카메라타의 좌석 배치가 마주 보는 카페 테이블 형식에서 언젠가부터 모두 전면을 바라보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받는건가?
- 가본 적이 없으니 사용된 사진은 모두 어디선가 퍼온 것이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1.5.
최근 정주행하고 있는 OTT 드라마 '비질란테' 6화에 콩치노 콩크리트가 배경으로 보였다.
비질란테의 추종자이자 짭질란테인 재벌 2세 DK그룹 부회장 조강옥(이준혁 분)의 집 혹은 사무실로 등장한다. 사진으로 만 본 곳임에도 유로노 쥬니어 스피커 덕에 단박에 알아봤다. 이게 어느 집에 그냥 쓰일 스피커가 아닌데 설정이 좀 과했다.
그나저나 이준혁. 비질란테에서 깐족 스타일인데 맛깔나게 연기 잘 한다.
적당한 배역으로 잘 찾은듯하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취미하다 가랑이 찢기 > 오디오 음악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6.27] 악보 넘겨주는 여인? 연주회에 관해 궁금한 몇 가지 것들 (15) | 2024.01.22 |
---|---|
[2008.5.6]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 결심한 클래식 공연 (9) | 2024.01.08 |
[2008.4.25] 오늘의 음반-The Ballad & The Standard On Jazz Piano Trio (12) | 2024.01.05 |
[2008.4.22] 오늘의 음반- 존 로드(Jon Lord)의 'Durham Concerto' (16) | 2024.01.03 |
[2008.4.25] 삼성에서 새로 출시한 인티앰프 (9) | 2024.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