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1.10.
어제에 이은 직장 생활 한 끗 차이 2편이다. 이런 주제로 쓸려면 한도 끝도 없이 계속할 수 있겠다 싶지만 이거 하나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나의 회사 생활 경험에 비추어도 중요한 테마인 '호의 vs 호구'
호구(虎口)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본인의 타고난 성격이 거절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상대와 그간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나 거절로 인해 쌓아 놓은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걸 감당하기 불편하고 또 승낙을 하더라도 내게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감내할 정도라 판단할 때 그렇다. 굳이 거절한 명분이나 이유를 찾기 궁색하거나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늘 이것이 상대에 대한 나의 호의인지 내가 호구 잡히는 건지 애매할 때가 있다.
우스개로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호의를 받는 상대방이 어느 순간 그것을 '권리'로 오인하는 지점에서 호구가 되는 걸 빗댄 말이다.
겉으론 '예스맨'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이 필요로 한다 말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의견 대립을 내는 상황은 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그런 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조직 부적응자로 낙인 되는 게 사실이다. 일종의 비즈니스 매너로서 상대의 의견이나 요청에 스스로 내키지 않으면서도 예스맨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콜센터 상담원 같은 직종의 서비스업 종사자를 흔히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본인의 실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형으로 나타낼 것을 강제받는 업무를 말하는데 회사원들 중 그렇지 않은 경우가 몇이나 있을까?
회사는 수시로 360도 다면평가라는 이름의 '평판 조사'를 통해 등급을 매긴다. 그러니 부하직원에게라도 쉬 본인의 속내를 드러낼 수 없으며 늘 좋은사람 콤플렉스, 선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결국 자신에게 요구되는 행동에 대해 어떤 주관을 갖고 이를 지켜낼 것인가?가 호구 잡히지 않는 방법인데 어디 눈칫밥 먹는 입장에서 그걸 몰라서 못할까. 월급쟁이의 주관 있는 호의란 좀 사치다.
차라리 호구짓하는 것도 '나의 호의'라고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편이 속 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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