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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8.8.18] 고생만하고 온 주말의 '오션월드' 방문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 31.

최근 가족과의 여행 중 5할은 물놀이인 것 같다.

그간 이 분야를 독점해오던 에버랜드 캐리비언베이의 성공으로 인해 최근 각 지역마다 스파형 워터파크가 난립(?)에 가까울 정도로 들어서고 있고, 위험하거나 어렵거나 너무 교육적인 야외활동을 싫어하는 우리 가족의 입맛이 만나다 보니 주로 콘도를 끼고 있는 온천형 워터파크가 제격이다.  

그중 온천/ 워터파크/ 찜질방/ 콘도미니엄이 적절한 조화를 갖춘 덕산 스파캐슬과 대명비발디의 오션월드를 추천지로 꼽고 싶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 찾은 오션월드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ㅠ.ㅠ

이미 7월에도 덕산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그때와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믿고 찾은 것이 실수였다.
광복절을 낀 3일 연휴에다 개학을 목전에 마지막 방학을 불사르려는 초딩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 시간 반이면 도착했어야 하는 곳을 세 시간이 걸렸고, 매표를 위해서 순번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미 내 앞에 대기자가 약 750명!

세상에 제일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돈내고 줄 서는 일인데 오늘 제대로 당했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 겨우 입장을 했지만 날씨마저 궂은 탓에 워터파크보다는 찜질방 수면실에서 몇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럭저럭 밤 9시까지 버티다 홍천-양평을 잇는 국도를 이용해 집에 돌아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물론 밤 12시에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귀가하느라 시간을 조금 더 소비하기는 했지만, 귀갓길 역시 세 시간 이상이 족히 소요된 셈이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길에다 시간 버리고 고생만 제대로한 최악의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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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31.
 
제아무리 유명하고 맛있는 곳이라도 줄까지 서가며 시간을 버리는 데는 영 정이 안 간다. 그나마 요즘은 웨이팅 앱들이 나오면서 장사진을 치지 않아도 대기 순서를 확인할 수 있고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볼 수 있어 사정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기다림의 '절댓값'은 그대로다.
 
휴가나 주말 같은 일부러 길을 나선 그 제한된 '황금시간'을 길바닥에 때론 차 안에서 소진하는게 돈을 버리는 것 이상의 소비로 다가온다. 
 
나같이 성질급한 성향이 많았는지 가성비를 넘어 '시성비'가 대세인 세상이 되었다. 조금 더 비싸도 빨리 오고 바로 쓸 수 있으면 기꺼이 배송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생겨난 것이 지금의 쿠팡과 배달의 민족이란 공룡을 키워냈다.

트렌드코리아 2024에선 이를 '분초사회', 즉 시성비를 높이는 시간효율적 사회의 도래라고 정의했다.
 
SNS 인증샷을 위해 소유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해졌고 넷플릭스 같이 공들여 시간을 투자해 봐야 하는 콘텐츠가 주류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을 조각내 효율적으로 쓰는데도 또 그걸 대신하는데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대신 줄 서기나 강아지 산책 알바가 등장하고 필요한 시간 만큼만 휴가를 내는 2시간짜리 반반차나 그걸 또 반을 낸 반반반차가 등장했다. 드라마나 영화의 요약본 유튜브가 유행이고 원격 줄 서기 앱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세상에 제일 공평한 것이 누구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맞는 말도 아니다.
 
어젠 친구의 91세 노모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호상이 어디있겠냐만 병원에 한번 입원한 일 없이 남은 가족에게 큰 폐를 끼치지 않고 세상을 옮기셨으니 이런 복이 없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 시간의 '최종적인 보유 누계'를 알 수 없으니 이만큼 불공평한 것도 없다.
 
늘 고쳐야지 하고 생각하는 조급함과 성급함은 결국 내 탓이 아니라 불공평한 세상에 던지신 하늘의 뜻이 맞을지도 모른다.
 
'24시간이 모자라~'는 선미나 김대호만 부를 노래가 아니다.

김대호는 이 공연으로 출연료 4만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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