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1.31.
한글은 일종의 발음기호 역할을 하는 표음문자이다 보니 원래부터 한국어를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띄어쓰기의 여부와 상관없이 문장을 이해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도 당연히 띄어쓰기는 없었고 왼쪽에 사성점이라고 부른 방점을 찍어 음의 성조를 표시해서 동일한 한글 단어에 여러 뜻을 갖는 중의성의 구별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줄지어 늘어선 한글은 단어마다 끊어 쓰는 알파벳에 익숙한-그리고 알고 있는 한글 단어의 수가 제한적인-외국인 입장에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단어인지를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영국인 목사 존 로스(1841~1915)는 압록강을 건너온 한약 장수 이응찬을 만나 한국어를 배운 사람이었다. 그가 1877년에 가 쓴 ‘Corean Primer’(조선어 첫걸음)을 통해 이 땅의 '띄어쓰기 헬'이 시작된다.
매일의 고민이긴 하지만 오늘도 다른 글을 쓰다 '만'을 붙여야 하나 띄어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같은 내용을 소개한 어느 기자의 글을 찾아 옮긴다.
다시 느끼는데 국어도 암기과목이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맞춤법 가운데 띄어쓰기에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것이 띄어쓰기다. 규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같은 글자라도 쓰임새에 따라 띄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만’이다. 내용에 따라 붙였다 띄었다 해야 하므로 항상 헷갈린다. ‘만’은 일반적으로 앞말에 붙여 쓴다.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그를 만나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너무 피곤해서 눈만 감아도 잠이 올 것 같다”가 이런 예다. 이럴 때는 모두 보조사 취급을 해 ‘만’을 앞말에 붙여 쓴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붙여 쓴다.
띄어 쓰는 경우가 문제다. 시간이나 횟수를 나타낼 때는 띄어 쓴다. “벚꽃이 핀 지 1주일 만에 모두 졌다” “세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가 그렇다. 타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것이 가능함을 나타낼 때도 띄어 쓴다. “화를 낼 만도 하다” “이해할 만은 하다”와 같은 경우다. 이럴 때는 의존명사로 취급해 앞말과 띄어 쓴다.
더욱 헷갈리는 경우는 ‘할만 하다’ ‘할 만하다’ 형태다. 말할 때의 리듬을 생각하면 ‘할만 하다’가 맞을 듯도 하다. 하지만 ‘할 만하다’가 바른 표기다. “가 볼 만한 장소” “내게는 막을 만한 힘이 없다”처럼 적어야 한다. 가치가 있거나 행동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럴 때는 ‘만하다’를 하나의 단어(보조형용사)로 취급한다. ‘할 만하다’ 모양을 외워 두는 것이 좋다.
시간의 경우, 그리고 ‘만하다’ 꼴일 때는 ‘만’을 앞말과 띄어 쓴다고 기억하고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
- 중앙일보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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