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계의 '미네르바'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재야 오디오 고수 논객인 '뻥이사'라는 분이 있다. 물론 나와는 일면식도 없다. 이사라고는 하는데 그가 어느 조직의 이사인지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오디오 폐인치고 그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인 '뻥쟁이 김이사의 오됴법석'을 한 번쯤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며, 그가 권하는 접지며 액세서리며 오디오 세팅 방법에 솔깃하지 않은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원시원한 문체 하며 고집스러운 오디오관이 재미있게 녹은 글솜씨는 많은 골수 추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 또 하나 우리나라 오디오 메이커의 마지막 자존심 '에이프릴 뮤직'이 있다. 앰프, CDP(CDT/DAC), 스피커 등 하이파이 전 영역에서 하이엔드를 추구하며 해외에서도 호평받고 있는 국내 유일의 종합 오디오 메이커이다. 출시된 제품 모두가 사용자의 폭발적인 호평 속에 판매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올인원 뮤직센터인 '오라노트'나 북쉘프 스피커인 '스테이트먼트'나 'DA100s'와 같은 DAC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의 시작은 에이프릴 측에서 스테이트먼트의 후속인 '안톤'을 공동구매 형태로 출시하였는데, 이 가격이 전작인 스테이트먼트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는 의견과 함께 에이프릴뮤직의 제품전체가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 하니 이제는 당당히 제 값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뻥이사 측에서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최초 제기된 뻥이사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miroo67/62536068
뭐 에이프릴의 실력을 인정하고 제대로된 대우를 받을 때가 되었다는 취지의 내용이니 에이프릴 칭찬 글로 보인다. 다만 얼마만큼 사실에 근거한 내용인지 모르겠으나 에이프릴의 재정 상태를 언급한 부분과 이를 이유로 '안톤'의 공동구매 가격이 헐값(?)으로 책정되었다는 주장을 통해 두 배 이상 가격을 지불한 스테이트먼트 사용자의 심기를 함께 긁어서 동의를 얻으려 한 듯한 부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에이프릴 역시 그들의 게시판을 통해 공동구매 가격책정의 정당성과 정치성(?) 없는 마케팅 정책에 대해 해명하였고 댓글을 통해서는 부인하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지만 '모르는 것에 대하여 입을 대는 것은 것은 적어도 사이버 공인이 해야 할 기본이 아닌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을 통해 뻥이사를 겨냥한 제대로 된 한 방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여기에 가만히 있을 뻥이사가 아니다.
뻥이사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데다 거침없는 일갈을 통해 에이프릴의 게시글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아니 이제껏 자신이 생각했던 에이프릴과 이광일 대표를 잘못 판단했다는 말을 통해 남은 신뢰마저도 모두 버렸음을 의미하는 초강수의 글로 응수하고 있다.
뻥이사의 두 번째 글 : http://blog.naver.com/miroo67/62736418
뻥이사의 두 번째의 글과 전후관계가 어찌 되는지 모르겠으나 에이프릴 역시 덧글 형태의 추가 내용을 통해 사태의 진정(?)을 희망하면서도 결국 읽는 사람이 뻥이사와 자신의 글을 비교해서 잘 판단해 보라는 식의 결론을 통해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쯤에서 중계방송은 끝!
한마디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블로거와 비록 상업적 메이커이긴 하나 국산 브랜드로서 자랑스러운 오디오 업체 간의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어야 하겠다. 이젠 더 이상 그들만의 논쟁이 아니라 뻥이사 옹호자와 에이프릴 사용자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 마저 보인다.
누구의 편을 들기 어렵지만 친한 사람일수록 말을 조심해야 하듯, 엄연한 상업적 메이커의 마케팅 방식을 개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았다. 그가 만약 사용자였다면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로 족했으니 말이다.
기업에 몸 담고 있으며 자유 경쟁시장 논리를 신봉하는 한 사람으로서 , 가격 정책이 되었든 마케팅 기법이 되었든 아님 그 조차도 폄하해서 상술이 되었든 그것이 사기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해 줄 영역이지 어느 인터넷 논객이 평가할 부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다양한 시도들로만 가득한 '오됴법석'의 새로운 글들에 언제나 목마르다. 그것에 집중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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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3.27.
젊은 사람은 첫줄부터 무슨 말인가 할 것 같다. '미네르바'라는 유명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이해하기 힘든 세대들이 섞여 있을 느낌이니 궁금하면 500원 한 번 아래도 먼저 읽으시면 어떨지?
지금 보니 가십거리도 아닌 시답잖은 이야기였는데 15년 만에 들여다보니 이런 일도 있었나 싶다.
오디오 세상이 바뀌다 보니 뻥이사의 기세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그의 블로그는 여전히 살아있고 가끔 새 글도 올라오고 있는 것 같지만 상태가 영 예전과 다르다.
에이프릴 뮤직도 잠시 잊힌 사이 거의 공중분해가 된 느낌이다. 설립자였던 이광일 대표가 무슨 이유에선지-알 방법이 없으니-2016년 퇴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에이프릴을 기존 개발자들과 함께 나와 새롭게 '싸이몬 오디오랩'을 설립했다. 개발자들이 모두 빠졌으니 에이프릴은 껍데기만 남은 상태이고 더 이상 신제품도 없다. 싸이몬 오디오 랩 역시 그간 만들던 것에서 새로운 제품을 다시 만드느라 아직도 정비가 온전하지 않은 느낌이다.
이광일 사장의 주특기였던 사용자와 글을 통한 소통 역시 며칠 전 3월 10일에서야 문을 연 것 같고 그나마 아직 고객들의 글은 하나도 없다.
역시 오디오 판이 온전히 버티고 시장을 넓히긴 늘 팍팍하다.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고 고금리에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선 현상유지조차 힘들다. 누구나 그렇듯.
내게는 늘 마크레빈슨과 애플의 중간쯤 되는 이미지의 오디오 메이커로 자리매김되었던 에이프릴이 그 자리에 없다는 것과 '1 가정 1 오디오'를 꿈꾸던 이광일 사장이 여전히 고전분투 중인 것으로 보여 조금 안타깝다.
누가 누굴 위로할 입장은 아니지만 다들 잘 버티고 파이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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