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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5.18.] 음반 非추천 - 체스크 오디오 테스트 CD : 일명 '귀' CD

by 오늘의 알라딘 2024. 5. 9.

제목에 주의하기 바란다. 오늘은 '비'추천 CD다.

한 달이면 10여 장 이상의 새로운 CD가 집에 들고 나지만 그중 사실 마음에 쏙 들어서 두고두고 듣게 되는 경우는 20% 정도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대중성이 있어서 다름 사람에게 소개해도 욕은 먹지 않겠다 싶은 것은 따로 골라서 이곳에 '오늘의 음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 수중에 들어오는 새로운 음반 중 95% 이상은 그저 나만의 소장품으로 조용히(?) 지내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음반 하나를 '비'추천하고 싶다.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될 일을 글까지 쓴다는 것은 어찌보면 영업 방해일 수 있으나 혹시 나와 같은 목적으로 구매하려는 분이 있다면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려 하는 충정(?)으로 글을 올린다.


일단  체스키의 오디오 테스트 CD(Ultimate Demonstration Disc)는 발매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표지의 '귀'그림 때문에 '귀 CD'로 이름이 붙어있는 데다 국내에는 황인용 씨의 해설 덕택에 이미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다. 

 

정품이든 복사품이든 오디오 좀 한다는 분이면 한 장씩 가지고 있을 것이니 지금 시점에 내가 구입을 말린다고 해서 별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영업 방해도 아닐 것이고.

해상력, 깊이, 환경, 중역의 순도, 자연스러움, 투명도, 임장감, 임팩트, 리듬과 속도, 포커스, 입체적 이미지, 과도 특성, 저역 공진, 다이내믹 테스트  등등 오디오 잡지만 펼치면 누구나 써먹는 이러한 용어에 대한 정의와 해설은 그런대로 쓸만하다.

문제는 각 용어의 해설마다 테스트용 음악이 하나씩 들어 있는데 문제는 이게 정작 오디오의 테스트 용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해상력, 깊이, 임장감..... 이런 말들이 절대적 표현인가?  물론 기계적으로 수치화할 수는 있겠으나 결국 청자의 선호에 따른 상대적인 표현이다. 따라서 여러 조의 시스템을 비교할 수 있는 상태라야 의미가 있다. 그것도 레퍼런스로 삼을만한 시스템을 늘 들어볼 수 있는 상황이거나 자신의 주관이 결정된 오디오 파일이 아니고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귀'의 기억력이 오감 중 제일 취약해서 누구의 말을 빌면 3초가 경과한 이후에는 이전 소리와의 음질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 황인용 씨가 아무리 "해상도가 이런 뜻이고 해상도가 좋은 음질의 곡은 이런 곡입니다"라고 소개를 해준들, 늘 듣던 그 시스템에 그 스피커만으로는 어차피 늘 듣던 '그 해상도' 그것일 뿐이다.

결국 뭔가와 동시에 비교를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데 겨우 한 두조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이 이 음반을 듣고 '내 시스템은 참 해상도가 좋아'라고 하기에는 너무 옹색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CD는 '오디오 샵'용이다. 

샵 주인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 없이  손님 앉혀놓고 황인용 씨에게 대신 설명하라고 시킨 후 케이블만 부지런히 바꿔주면 되니 샵주인에게 좋은 음반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럼 내가 원하는 테스트용 CD는 무엇인가?

내가 필요로 하는 오디오 테스트용 CD는 이런 상대적 기준을 제공해 주는 음반이 아니라, 절대적 기준을 가이드해 주는 음반이 필요했다. 좌우 채널의 분리도며 해상도 역시 음역별로 이 소리가 들리면 몇 데시벨까지 재현되는 해상도의 시스템이다라고 하는 절대적 기준을 제시해 주는, 그리고 테스트용 음악 역시 여러 악기가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두 종류의 악기 편성이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기계음이어도 좋다.

나의 희망이 허황되다 보니, 적어도 나에게는 이 CD가 오디오 '테스트용'으로 적절치 않았다.
그냥 같은 값으로 음질 좋은 낙소스 음반 서너 장을 더 사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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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5.9.

 

이후로 타이달을 검색한 적이 있는데 테스트 음반 몇 장이 더 확인된다. 시스템 좌우의 음상이나 밸런스 같은 객관적 상황을 기계음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테스트 음반이란 목적에 보다 그럴싸하게 부합하는 음반이 존재한다.

 

실제로 몇 달 전 진공관 앰프를 수리하고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DAC에 연결된 인터케이블의 좌우가 바뀐 것을 우연하게 타이달에서 발견한 테스트 음반을 '테스트'하다 확인하게 되었다. 이런 행운이 없었다면 시스템 중 어디 하나가 고장 나 다시 재설치가 있기까지 좌우가 바뀐 것도 모르고 살았을 거다.

 

그러고 보니 본문의 CD가 누군가에겐 전혀 무쓸모한 음반이 아닐 수도 있겠다.

헤이리 카메라타에 들른 적도 너무 오래라 멀리서나마 얼굴을 뵐 일도 없고 예전만큼 활동도 안 하시는 황인용 아저씨의 쌩쌩했던 시절의 목소리를 원할 때마다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 저 '귀 CD'인 것을 이제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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