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잡지에 리뷰를 하는 사람들을 갑자기 생각해 본다.
오디오 시장이라는 것이 자고 새면 새로운 버전의 신기종이 출시되기 마련이다. 리뷰어들은 그때마다 앞기종과의 비교를 통해 또 새로운 칭찬의 말들을 창조해 내는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언어의 마술사다.
마치 더 이상의 기종은 없을 것 처럼 하늘아래 최고의 제품으로 칭찬하고도, 새로 리뷰할 제품을 대하면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르는 앞 제품의 단점이 술술 나온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이 반드시 '개선'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 기종과의 분명한 차이를 두고 생산되었을 것이므로 차이가 있다고 쓰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래야 광고를 주는 판매상에게도 좋고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새로운 '뽐뿌'가 되어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테니.
그런데 난 누가 부탁한 리뷰어도 아닌데 이전 것을 계속 두고 보지 못할까? 게다가 바꿈질의 주기도 점 점 짧아진다. 이번엔 채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조합이라고 생각했던 오퍼스 신형 시그니쳐 파워 앰프와 마크레빈슨 38 프리앰프의 조합을 얼마 전 내쳤다. 이유는 스피커와의 궁합이 아무래도 덜하다. 앰프 간은 손 발이 잘 맞는데 그걸 정작 표현할 스피커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적어도 나에게 아직은 앰프보다는 스피커가 우선이다. 유려한 현의 음색과 적절한 통울림을 이용한 소편성의 어울림이 칼 같은 해상력과 정위감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의 교체 때마다 배우는 것이 하나씩이 있는데, '시스템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교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스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질감은 좋은데 해상도가 별로라고 할 때 해상도를 살려주려는 욕심으로 칼 같은 앰프를 붙여줘 봐야 해상도가 살아나는 것 이상으로 스피커의 장점인 음악적 질감이 죽어 버린다는 것이다. - 바로 내 경우가 이렇다. 쿨럭;
결국 스피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시스템 개선이 있어야 하고 이 장점 덕에 다른 단점은 작게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
집 나간 앰프 덕에 또 거실이 휑하다.
다음에 경험할 앰프는 또 어느 녀석일까? 모르긴 해도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세계와 맞닥뜨리고 싶다.
이제 내 나이 不惑. 웬만한 유혹엔 흔들리지 말아야 어울리는 나이인데, 오디오를 향한 나의 열정은 아직도 이팔청춘의 중심에 서 있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5.29.
본문의 바꿈질의 원인은 앰프 때문이 아니라 사실 스피커였는데 스피커가 너무 고급진 브랜드 출신이라 다시는 들이기 어려울 것을 겁을 낸 나머지 엉뚱하게도 채 몸도 안 풀렸을 앰프를 내 보낸 경우였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눈치챘으면 그걸 도려내야 하는데 이런저런 정 때문에 그 주변만을 만지작 거리다 문제는 문제대로 커지고 엉뚱한 손실만 생기는 그런 경우다. 어디 오디오만 그럴까? 혼자만 사는 게 아니다 보니 복수로 이해관계가 엮여있는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때론 좀 냉정 맞다 소리를 듣더라도 잠시 손해가 있어 보여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이로울 때가 있다. 아니 적어도 더 큰 손해는 막을 수 있다.
결국 소너스파베르의 저주는 그 후 몇 개의 앰프를 더 갈아먹은 후에 그 자체를 삭제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취미하다 가랑이 찢기 > 오디오 음악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7.8.] 오늘의 음반- 편안한 첼로, 성지송의 Light of Mind (25) | 2024.06.05 |
---|---|
[2009.6.20.] 진공관 앰프를 시작하면서 (42) | 2024.05.31 |
[2009.5.18.] 음반 非추천 - 체스크 오디오 테스트 CD : 일명 '귀' CD (19) | 2024.05.09 |
[2009.5.11.] 오늘의 음반 Steve Barakatt - Quebec + DVD: Tour Souvenir (34) | 2024.05.02 |
[2009.5.5.] 오디오쟁이용 어버이날 선물 (23) | 2024.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