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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

[2009.7.7.] '시차적응'보다 어려운 '인차적응'

by 오늘의 알라딘 2024. 6. 3.

미국에서 돌아온 지 만 하루가 더 지났다. 

내내 피곤하지만 돌아오자마자 저녁이라 계속 잠으로 조절한 경우라 한결 적응하기가 좋다. 출근하자마자 산더미처럼 밀려있는 이메일과 우편물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출국 전에 후배들에게 부탁해 놓은 업무를 돌아보는데 하루를 보냈다. 어찌 되었건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그대로 남겨 놓은 딸아이가 내내 마음에 쓰인다. 

외할머니가 함께 계시고 남도아닌 처남집에 맡겨 놓은 것이니 여러모로 안심이 되는 것이지만 말도 안 통하는 이국 땅에서 피부색 다른 아이들과 부대끼는 일이 아이에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리라.

한 번도 이렇게 오래 부모와 떨어져 본 일이 없으니 아이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건 부모에게도 똑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저 아이 하나가 잠시 없을 뿐인데 온 집안이 휑하다.


아이의 빈 방을 들여다 보면서 눈물을 보이는 아이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나 역시 하루종일 스마트폰의 'SPB 트레블러'를 켜놓고 LA의 현재 시간을 들여다보는 게 버릇이 되었다. 
 
시차적응은  하루면 쉬되지만, 사람이 들고 난 자리는 외려 적응이 안 되고 있다. 이제는 '人差적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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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3.
 
난생처음 이역만리 미국땅에 아이를 두고 한달여를 더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 어려서는 분리불안이 있었던 아이였는데 순순히 떨어져 있겠다 한 것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그리 친하지 않은 더 어린 외사촌들과의 생활은 물론이고 눈치껏 살아야 하는 미국 여름캠프에서의 난관이 굳이 곁에서 안 봐도 너무나 선명했기 때문에 노파심 가득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이후로도 저렇게 오랫동안 아이아 떨어져 있었던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이제 그 아이와 또 길게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는 아이의 신혼집이 될 아파트의 도배 상태도 둘러보고 입주청소 후에 추가적으로 손보야할 곳이 있을지 둘러봤다. 어쩌면 결혼 전 부모로서 해주는 마지막 '돌봄 활동'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어린 시절 그때처럼 이역만리 거리도 아니고 맘먹으면 걸어서도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주민등록지가 분리된다는 것이 여간 어색하지 않다.
 
아이가 경험했던 분리 불안을 이제 부모가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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