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와 떨어져 있어 본 것 중엔 방위병으로 복무하기 위해 군사기초훈련을 4주간 받았을 때가 가장 길었다. 때론 그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보려고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던 청소년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하룻밤 열병 같은 추억이다.
그러고 보니 하은이가 미국에 있은지도 한 달하고도 열 흘이 지났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하지 못했던 부모와의 긴 이별을 잘 견뎌내고 있는 어린 딸이 대견하다.
집의 피아노 방에는 현악기 세 대가 나란히 있다.
하은이 첼로, 엄마 바이올린, 그리고 내 기타.주인은 없어도 첼로네 가족은 여전히 행복하다. 같이 있으니깐. 없을 때 비로소 상실을 느끼는 소중한 이름. '가족'.
주인 없는 첼로가 부러운 이유이다.
하은아, 이제 이십 일도 안남았네! 건강하게 잘 지내다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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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15.
본문의 경우처럼 아이와의 저런 기한이 정해진 별거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된다. 기다리는 맛도 있고 그사이 둘만 남겨진 부부간의 관계도 재정립해보는 등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15년이 흘러 성인이되고 자기 짝을 찾아 나선 딸아이 방은 더 이상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닌 영구적 별거의 증거가 됐다. 취직한 이후론 어차피 얼굴 보고 식사를 함께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져서 '심리적' 별거 상태였으나 이렇게 대놓고 떠난 자리는 비할 바 없이 늘 큰 흔적을 남긴다.
첼로를 그만둔 아이의 방엔 더이상 대체할 아이콘으로써의 물건도 없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사용한 낡은 공주침대 하나가 전부다. 아직 체취가 채 가시지 않은 그 방을 서둘러 청소하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밥솥을 공유하지 않으니 이젠 '식구'에서 '가족'으로 남지만 더 커진 가족의 테두리로 즐거워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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