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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9.21.] CDP 개안 수술이 필요한데 갈등 중

by 오늘의 알라딘 2024. 8. 30.

문지방이 뻔질나게 바꿈질 손님들이 다녀갔어도 그중 제일 오래 버티고 있는 식구가 하나 있다.  마란츠의 SACDP SA-11s1.

 

이 녀석 위로는 7s 버전이 있고 같은 라인으로도 11s2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어 있어서 이렇게 부르긴 정말 싫지만 이제는 '단종 제품'이다.  몸값도 확실히 예전만 못해서 이제 내어 놓으면 100만 원이나 받으려나?

누구는 오디오 시스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소스라 했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도 맑다는 논리다.  Garbage In Garbage Out. 컴퓨터 쟁이들이 말하는 GIGO의 법칙.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물' 맛에 별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지근한 '에비앙' 보다는 시원한 '아리수'가 훨씬 맛있는 나로서는 소스 기기간의 차이에 무심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사실 SA11s1 정도면 레드북 CDP로서도 쓸만하다고 남들도 그러는 데다^^ SACD까지 들려주니 딱히 내칠 명분이 없었다.  하긴 늘 앰프와 스피커 교체에 열을 올리다 보니 CDP까지는 눈길이 갈 여력이 없기도 했다.

그러길 몇 년이 된 것 같은데, 이제 슬슬 픽업에 '백내장' 증세가 오기 시작한다.

일반 CD는 아직까지 100% 문제없이 읽어내는 반면 SACD는 플레이 중간에 100% 멈춰 선다. 졸지에 레드북 CD 전용기가 되었다. 다행히 SACD를 들을 일이 거의 없어서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조만간 '심봉사' 노릇을 할 것이 뻔할 뻔자라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대강 알아보니 픽업을 교체하는데 15만 원 정도가 든단다. 픽업은 갈아놓아야 팔아먹던 계속 사용하든 할 것 같은데, 하루 이틀 미루고 있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나 하나도 안보이오~"하고 배 째라 나오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소스가 없어진 갑갑증을 어떻게 이겨낼라고?

SA11s1은 대부분의 마란츠가 그렇듯 모나지 않은 음색으로 어느 음악이나 날이 서지 않은 편안함을 준다. 그것이 듣기에 따라서는 2% 부족한 음악성으로 다가오지만 내부의 휴즈를 금도금 휴즈로 교환하면 꽤나 재미를 볼 수 있단다.

하지만 몸체 안에 무슨 이유인지 무려 6~7개(정확한 숫자를 모르겠다ㅠ)의 휴즈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 금도금 휴즈-금도끼라고 부른다- 하나의 가격이 만만하지 않은 데다 몸체를 열기에 대단히 어려운 구조이다.

개안 수술을 하는 김에 '금도끼 신공'을 한꺼번에 시도에 봐야겠다. 혹시 아나?  부족한 2%를 채우다 못해 CD 전용기를 능가할 내공을 갖게 될 줄? 어차피 어떤 '윗 물'이냐 보다는 어떻게 '보관한 물'이냐에 더 관심이 많은 나 아니었던가.

수술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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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8.30.

 

위의 글 이후 실제 픽업을 바로 교체했는지 기억이 없다. 뒤에 쓴 글이 있을 텐데 당장 찾기가 어렵다. 이전 블로그 업체가 망하면서 넘겨준 백업파일엔 날짜만 적혀있을 뿐 내용은 일일이 열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기억은 CDP가 얼마 후 독일산 하이엔드였던 린데만으로 교체되어 한동안 사용하다 이 역시 수명을 다했고, 제대로 된 DAC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이후론 CDP가 아닌 CDT를 사용하게 된 시간의 흐름뿐이다.

 

최고의 재생 소스였던 CD가 이렇게 쉬 주류에서 벗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80년대 POP 전문 방송이었던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선 CD 대중화 이전엔 한두 곡 씩 '콤팩트디스크 쇼'라는 이름으로 잡음 하나 없다며 자랑하듯 틀어주던 시절도 있었다. 애써 모아놓은 수천 장의 CD들이 스트리밍의 편리함에 밀려-어째 음질도 더 좋게 들린다-한 달에 한 장 트레이에 올라갈까 말 까다.

 

그러니 뭐든 지금 잘 나간다 안주할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 어차피 또 바뀔 트렌드라 반대로 너무 빨리 내칠 필요도 없다. 돌고 돌아 또 그것을 찾게 되고 그게 아니라도 레트로란 이름의 추억거리로 남는다.

 

버리고 다운사이징을 잘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는데 살다 보니 그게 꼭 정답도 아니라서 그저 뭔가에 대해 평가와 가치 부여를 가급적 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 이게 오래가는 비결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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