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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9.9.22.] 오늘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좀 많이 샀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9. 3.

'1Q84'에서 삘을 받은 후 완전히 '하루키'에게 시쳇말로 꽂혔다.

잘 된 번역 탓이겠지만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본 간결한 문장들. 때론 몽환적이지만 '사실'을 비켜가려 하지 않는 그 노골적인 문체가 마음에 든다.   

오늘 사무실 지하의 서점에 내려가 그의 소설과 수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잡히는 대로 구입했다. 워낙 다작의 작가라 그의 전부라 할 순 없겠지만 대표성 있어 보이는 작품들로 우선해 골랐다. 생각은 있었지만 '태엽 감는 새'의 경우 네 권이나 되는 장편이라 포기했다. 그리고 '무라카미 수필집 2권'과 무슨 이유에선지 인터넷 서점마다 이미지 정보조차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 - 랑겔한스섬의 오후' 는 반디 앤 루니스 종로타워점에서는 품절 상태라 구입할 수 없었다.

당분간 음악 들으면서 할 일이 생겼다. 가을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오늘 구입한 책들을 그냥 나열한다. 혹시 기회가 되면 한 권씩 풀어갈 기회가 있을지.

 

※ 추가 (2009.11.5) - 9권의 책을 모두 읽었다. 한 달이 조금 더 걸린 셈이지만 저녁 시간에 조금씩 읽어간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속독을 했다. 한 주에 두 권 정도씩을 읽었는데 이제 까지 이렇게 책 읽기에 빠져 산 적이 없었다. 그만큼 그의 글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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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9.3.

 

호불호가 있는 소설류지만 살면서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간 시기였다.

 

음반이며  DVD, 책들을 모으는 장서의 취미도 있었는데 지나고 보면 이게 문제가 있었다. 모아두고 진열할 공간이 항상 필요한데 살아가는 공간의 한계가 분명하다 보니 어느 수준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폐기와 정리의 수순을 맞게 된다. 


어차피 다시 읽거나 보는 경우도 적어서 일정 주기로 정리가 한 번씩 필요하긴 한데 그럴 때마다 들였던 비용과 수고를 생각하면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얼마 전에도 몇 차례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보냈는데 몇십 킬로를 보내고도 손에 쥐는 건 책 한 두권 값 정도뿐이다.

 

고서로 인정을 받을 만큼 시간을 보내고 기다릴 여유도 없거니와 종이들이 늙어가 더 이상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기 전에 처분하는 게 맞겠지만 애써 기른 머리카락을 자를 때처럼 마음이 안 좋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에서 굴러다니는 잡지나 들고 들어오거나 학습이 필요해 구입하는 서적 말고는 책을 구입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매체 자체가 소멸하거나 소멸 중인 DVD, CD는 아예 손을 놓았다. 그럼에도 아날로그라 바늘만 있다면 영구 생존이 가능해 보이는 LP는 여전히 소유욕이 있는데 요즘 가격이 너무 올라 이 역시 구경만 하고 있다.

 

뭔가를 내 것으로 만들고 그 수를 늘리는 소유의 욕심이 인간 본성일 거라 어찌할 수 없겠지만 들이는 만큼 그 이상 비워내야 현상 유지가 가능한 진리 앞에 들이는 수고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중이다. 선별을 통해 핵심 엑기스만 남기는 작업이라고 자위할 수 있겠으나 버려지는 투자된 돈과 시간이 몇 푼으로 환산되어 돌아오는 그 자괴감이 스스로를 쌓아놓고 움켜쥐는 변비 환자로 만든다.

아까워 죽겠는데 얼마마다 옷가지며 살림이며 자주 손이 안 가거나 스타일이 뒤진 것을 과감히 버려버리는 아내의 '쾌변' 성향이 오늘따라 몹시 부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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