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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10.29] 오늘의 음반 - 편안한 바이올린, '조슈아 벨과 친구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0. 30.

가을엔 역시 진공관의 따뜻한 열기와 함께 BGM처럼 흐르는 '빈티지'스러운 음악들이 제 격이다.

날이 점점 서늘해지다 보니 듣는 음악도 심각한 클래식의 본류보다는 듣기 말랑한 곁다리를 기웃거리게 된다. 오로지 편안한 리스닝의 측면에서 일찌기 상이란 상은 다 받으면서 바이올린의 천재 소년으로 등장한 '조슈아-남자 이름치곤 참 이쁘다- 벨'의 최근 앨범 '조슈아 벨과 친구들'을 추천하다.

전형적인 미국인 하이틴-지금은 물론 훨씬 나이를 먹었겠지만-같은 외모의 조슈아 벨은 첼로의 '요요마'와 비슷하게 내게 이미지화되어 있다.

정통 클래식 연주자이면서도 다양한 쟝르와의 호흡을 나누는데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감수성의 표현 양식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탱고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바렌보임'도 비슷한 이미지.

특히 이 앨범의 경우 특정 쟝르와의 '크로스오버'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만든 동호인 연주회 같은 성격이어서 애써 장르를 구분하고 연주의 솜씨를 분석해 보려는 노력은 그 시도부터가 무의미한 것이다.

앨범명부터가 'Joshua Bell at home with friends'이니 연주한 사람부터 어깨에 힘 빼고 만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스팅, 죠시 그로반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친근한 가수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 조슈아의 바이올린이 곡마다 빠지지 않았다 뿐이지 그의 솔로 파트보다는 오히려 게스트로 참여한 친구들의 연주와 노래가 '주'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저 자기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바이올린으로 반주해 주면 거기 맞추어 노래로 혹은 연주로 함께 만들어 간 소박한 공연이 16곡으로 나뉘어 들어 있을 뿐이다. 

이 가을. 일부러 심각할 필요가 없다면 편안한 바이올린 선율을 즐겨보는 것도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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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0.30.

 

조슈아 벨은 늘 보던 것이 아이돌 외모의 오래된 재킷 사진 뿐이라 내겐 항상 잘생긴 미국 배우 느낌의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67년 생이니 나보다도 몇 살이나 많고 이젠 명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커리어라 최근 사진들엔 제법 연륜이 녹아있다. 남들은 은퇴할 시기에 바이올린 연주자를 넘어 음악감독, 지휘자, 교육자로서 지경을 넓혀가는 그의 수명이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연주자나 지휘자들의 실제 수명도 긴 편인 것도 유명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같이 늙어가는 사이이니 공연한 비교를 하게 된다. 올해로 근속 30년. 오래 회사생활한 것도 공로로 쳐준다면 그나마 유일한 업적일 텐데 그나마도 타고 있는 초처럼 남은 길이가 눈에 보인다.

 

아침에 스마트폰 업데이트를 하고 났는데 차량과의 연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안드로이드 오토가 붙는 순간에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무한 부팅이다. 블루투스 쪽 충돌인 것 같다. 가끔씩 관심병 환자처럼 차량 쪽에서 뭔가 심통을 내는데 이걸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본문의 맨 마지막 줄 처럼, 일부러 더 가을에 심각할 필요가 없는데 공연히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또 달이 바뀔려고 하는 월말이라 그런가 보다. 

내 초는 또 한마디 더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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