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한 달 동안 사용해 볼 기회가 있었다. 본의 아니게 라이카를 쓰게 되어서 다시 처분해야만 했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몇 자 적는다. 결론부터 말히면 정말 쓸만한 기종이다.
중형에서의 마미야의 위치는 확고하다. 거의 대부분의 업소(스튜디오)에서 사용하고 있을 것이며 그중 645 판형은 마미야에서 처음 도입한 판형으로 처음 중형을 시작하는 경우 최고의 선택이라 여겨진다. 35mm에 비교했을 때 약 3배에 이르는 필름의 크기가 말해주듯, 중형에서의 해상도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소위 랜즈의 차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설사 얼마간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몇 배로 늘어난 필름의 크기가 그 차이를 상쇄시켜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핫셀(블라드)을 쓰는건 단지 핫셀 고유의 느낌을 비싼 값을 치루어서 구입하는 것이지 해상도나 화질 때문이라면 글쎄다. 35mm에서의 라이카 논쟁보다 더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이 중형에서의 랜즈 논쟁 아닐까 싶다. 정말 진정한(?) 중형이라면 67 판형을 써야겠지만 바디의 크기 때문에 스튜디오나 웨딩 촬영이 아닌 이상 그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 스냅촬영은 어림없으니. 하지만 마미야 645의 경우 프로급의 35mm 바디와 크기와 무게 모두 별 차이가 없다. 캐논 EOS1나 니콘 F5정도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무게 차이 없이 사용가능하며 모터와인더가 기본장착되어 필름로딩만 해주면 정말 편하게 사용가능하다. 한마디로 35mm 느낌으로 즐기는 중형이랄까?
다만 개인적으로 모터와인더가 지나치게 크다 싶어 내 경우엔 수동크랭크로 바꿔서 필름을 감아가며 사용했다. 중형으로 스포츠 촬영할 일도 없었고 한 컷 촬영할 때마다 필름을 감아주는게 정말 기분 죽였다. 게다가 AE프리즘화인더의 경우 노출의 보정 및 측광의 선택이 손쉽게 가능하고, 조리개우선 및 고정 촬영, 간단한 미러업과 다중노출, 필름 홀더의 자유로운 교환...... 정말 카메라로써 상상 가능한 모든 일이 가능하다.
단점이라면? 음. 한참을 생각해야 하지만 내구성이 좀 약해 보인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모르지만 기스가 잘 나는 재질에 플라스틱으로 보이는 고급감이 떨어지는 외관이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떨어뜨려 망가지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그리고 말한 것과 같이 모터와인더가 좀 크다. 장착했을 경우 오른쪽에 무슨 커다란 손잡이를 달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출시예정인 AF기종에서는 콘탁스 645AF처럼 자그마한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 이외에는 딱히 집을 만한 단점이 없다. 있다면 그건 중형 공통의 단점이지 기능상으론 정말 645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싶다.
랜즈는 45mm f2.8, 80mm f1.9, 150mm f2.8을 사용해 봤는데, 느낌은 캐논과 니콘의 중간쯤에서 캐논쪽으로 조금 치우친 느낌이다. 색상이 부드럽고 화사하게 묘사된다. 풍경보다는 인물촬영에 더 적합할 듯싶고 실제 이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웨딩촬영과 스튜디오 인상촬영에 많이 사용된다. 그중 150mm의 경우 인물촬영에 정말 탁월하다. 하지만 심도가 상당히 얕아서 초점을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핀이 완전히 나간 사진이 된다. (같은 초점거리의 같은 조리개값의 경우 중형이 35mm보다 두 스탑 정도 심도가 얕다는 건 아시죠?)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한 번 사용해보고 싶은 기종이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1.10
사진촬영을 심각하게 취미로 삼았던 것을 남들보다 일찍 그만뒀다. 디카로 불리던 디지털카메라가 SLR시장으로 확대되어 너나 할 것 없이 대포를 메고 다니던 순간 멈췄다. - 이제는 결국 스마트폰 세상이 되면서 D-SLR 마저도 시장이 죽은 상황에 와선 탁월한 결정이었을지도.
해서 그 당시 썼던 올드(?) 카메라와 관련 장비들의 많은 글들은 거의 지워버렸다. 그래서 아직 별도의 글 카테고리도 못 만들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몇 안되는 글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형카메라나 사용자가 희귀한 것이었고 나 역시 중형카메라를 아주 잠시만 쓴 것뿐이라 '추억의 범주'에 들어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남겨두고 싶었다.
얼마 전 tvN 예능 '부산촌놈 in 시드니'에 게스트로 나온 겉멋 가득한 배정남이 출연했는데 첫 등장씬에 중형카메라를 들고 호주의 풍광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 걸 우연히 발견했다. 실제 촬영 결과물은 엉망이었던 것 같지만 생각지도 않는 장면과 시기에서 나타난 중형카메라가 이미 '추억의 범주'에 들어간 물건을 보니 모르게 미소가 나오던걸.ㅎ
진리 : 카메라는 가고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취미하다 가랑이 찢기 > 카메라 사진찍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5.3.12] Aladdin의 사진 장비 (1) | 2023.11.14 |
---|---|
[2005.3.14] 슬라이드 필름 예찬 (0) | 2023.11.10 |
[2005.3.14] 왜 라이카인가? (1) | 2023.11.10 |
[2000.10.17] 휴대용카메라 LOMO를 받다! (0) | 2023.11.10 |
[2005.3.14] 필름스캐너 휴렛팩커드 HP-S20 구입 사용기 (0) | 2023.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