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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카메라 사진찍기

[2005.3.14] 왜 라이카인가?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1. 10.

글을 통해 라이카를 사용 중인 것을 알고 가끔 개인 메일로 물어보시는 분이 계신다. - "라이카가 정말 좋습니까?" 그러나 그때마다 "글쎄요"라는 말 이상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라이카는 분명 좋은 카메라다.

이 세상에 나쁜 카메라가 존재할까 의문이지만, 나쁜 카메라가 있다면 라이카는 분명 좋은 카메라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캐논이나 니콘을 가지고 있다면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 "캐논(니콘)은 정말 좋은 카메라다"라고.

 

라이카로의 투자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 현명한 투자는 아닌 듯싶다. 효용(Utility)이 투자된 금액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만약 그 금액을 핫셀 6X6판형 정도에 투자했다면 분명 그 이상의 효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라이카인가? 답은 철저히 색감에 대한 선호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약간의 호사스러움을 즐기는 취향과 빨간 마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진사의 클래스를 구별하는 국내 사진계의 빗나간 풍조가 적당히 어울린다면 라이카로의 선택은 바로 사진 이외의 '효용'을 만족시켜 주는 경우라 하겠다.

 

라이카랜즈의 색감은 분명히 남다른 데가 있다. 처음엔 약간 바랜 듯한 희한한 색감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 색감에 빠지면 다른 랜즈와는 분명히 다른 라이카만의 맛을 볼 수 있다. 특히 암부의 묘사력은 또한 분명히 탁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제대로 된 현상과 인화하에서만 가능한 말이고 QSS에 뽑아낸 사진들로 기종을 구별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카페에 뻘소리로 자주 등장하는 '중형의 해상도에 버금간다'는 둥하는 전설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사진 이외의 효용(?-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주는) 역시도 실제로는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카메라와 별 인연이 없는 사람들과 보다 많이 어울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라이카를 들고 나타나도 알아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 투박스러운 외양 때문에 오래된 골동품 카메라 정도의 취급받거나 니콘의 FM2정도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혹시 한 둘 정도 라이카의 명성을 들어본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결국 고스란히 사진사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라이카를 매고 있는 당신을 보면 '얼마나 잘 찍나 두고 보자' 하는 속마음을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결국 라이카는 그것을 매고 있는 사진사에게 약간의 사진 외적인 만족을 주는 것 이상으로는 특이한 장점을 주질 못한다. 그것을 감수하며 몇 배의 투자를 각오할 수 있는 용감한 사진사만이 발을 담그시길 권한다. 본인 스스로 변덕스러운 취향이시라면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충고가 나 같은 변덕쟁이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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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10.

 

이 글도 필시 2000년 앞뒤로 작성되었을 것이다. 나의 필름카메라 전성기가 대부분 그때에 소급하고 있었으니.

다른 글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라이카는 한때 내 인터넷상 아이디(Leicafan)였고 모든 카메라를 처분한 지금에도 유일하게 라이카 똑딱이 Q-P가 하나 남아있다. 그러니 벌써 20년을 넘기는 인연이다.

 

해서 내게는 단순히 돈지랄을 넘어 찍사 라이프를 내내 정신적(?)으로  동행한 브랜드라 쉬 여느 명품 브랜드를 싸잡아 욕할 때 양념 삼아 넣을 상대가 아니다.  굳이 '정신적' 동행을 언급한 이유는 사실 얼마 후 전부 니콘으로 기변을 했고 그것이 결국 D-SLR로써 마지막 소유물이 되었다. 다시 라이카 똑딱이 Q-P로 오기까지 꽤 지난한 세월이 필요했으니 라이카는 오히려 마음속에서 더 오래 사용한 브랜드다.

 

'비싸고 좋은 걸 오래 쓰자'와 '새로운 걸로 자주 바꾸자'의 트렌드가 늘 교차하는 지점에서 라이카는 늘 전자에서 손짓하지만 찍사들은 대개 그 손을 놓는다.

 

추억을 담는 기계가 이제는 추억이 되는 그런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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