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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카메라 사진찍기

[2005.3.14] 필름스캐너 휴렛팩커드 HP-S20 구입 사용기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1. 10.

지금은 사용할 일이 없는 필름 스캐너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에는 필름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고 대단히 진보적인 매체였다. 불행히도 사용하는 내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디지털 시대를 미리 맛보게 해 준 고마운 장비다.

 

사진작업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 스캐너의 존재이다. 화질 때문에 평판스캐너는 애초에 고려하지도 않고 있었고 쓸 만한 필름스캐너가 필요했다. 대략 유통되는 필름스캐너 메이커로는 니콘, 폴라로이드, 엡손, HP정도가 있다. 이 중 제품의 질은 폴라로이드의 것이 최고이나 가격이 엄청나고 집에서 가정용으로 몇 장 끄적거릴 나의 용도로는 적합지 않았다. 가격대비 성능에서 제일 마음에 든 것은 니콘의 LS기종이나 홈페이지 제작 등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만을 적용(?)해 HP기종을 선택했다.

전원스위치가 따로 없어 전면에 늘 불이 들어온다는 것이 불안해 보였다

 

HP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전산 관련 기자재에 독보적인 회사로 프린터로 유명하다. 하지만 프린터와 광학 필름스캐너는 다소 그 성격을 달리하는 탓에 시장지배력이 약하지만 평판 스캐너는 이미 충분한 마켓셰어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 각종 번들판매(덤을 줘가며 끼워 팔기) 이벤트를 통해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서 향후 추이가 기대된다.

 

이번에 구입한 필름스캐너기종은 HP-S20이라는 기종으로 과거의 '포토스마트' 기종의 개량형이다. 무척 독보이는 것은 윈도즈 98의 USB포트를 이용해 설치가 간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장을 해체해서 설치까지 5분이 채 안 걸렸다. 광학해상도도 2400 dpi로 필름스캔이 가능하며 5X7사이즈까지의 인화된 사진은 300 dpi로 각각 36비트 컬러로 처리해 준다. 물리적인 기능만으로는 니콘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값은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본체의 크기도 여타 기종보다 작아서 컴퓨터책상이 비좁은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다소 스캐닝 속도가 느리고 소음도 심한 편이지만 위에 말한 나의 사용용도에 그럭저럭 부합되는 것이어서 큰 불만은 없다. 다만 지원되는 스캐닝 소프트웨어가 그리 파워풀하지는 않아 포토샵을 따로 이용해야 하지만 어차피 그 정도는 각오한 지 오래다. 게다가 번들로 CD-RW를 무료로 받았다. 따로 구입하려고 벼르던 것인데 이참에 한꺼번에 구입한 셈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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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10.

 

글을 쓸 당시인 2005년 어간에 이미 서두에 지금은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하는 것을 봐선 실제 구입해 사용한 시기는 2000년대 극초반이었던 것 같다. 밀레니엄과 함께 디지털 세계로의 진입에 아직은 문지방이 높았던 혼돈의 시기였다. 막 개인 홈페이지나 인터넷상에 사진을 올리는 전문 웹진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장비들은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던 그런 시기였다. 

 

핸드폰 사진으론 해상도나 화질이 따라오질 못하던 시기였고 설사 이용하고자 해도 PC와의 연계 방안이 지금처럼 순조롭지 못하다 보니 결국은 필름이나 인화물을 어찌어찌 작업해 디지털화하는 데는 본문에 소개한 스캐너가 필요했다. 성능은 그만두고라도 네거티브 필름도 변화해 바로 저장할 수 있다는 면에서 신기했다.

 

덕분에 남들보다 빠른 시기부터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디지털화할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도 NAS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 후 미친듯한 디지털화로 핸드폰이 디지털카메라의 화소를 능가하더니 급기야 필름 카메라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젠 당연히 인화물 자체가 없으며 굳이 스캐너가 필요하지도 않고 프린터와 통합된 복합기가 그 역할을 물려받은 세상이다.

 

이젠 그 용도를 굳이 설명해 줘야 이해할 만한 물건이라 박물관 도슨트가 된 심정으로 신이 나 소개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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