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폰에 저장된 몇 주된 아내의 사진을 보고서야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헤이리의 유명한 클래식 음악감상실 '카메라타'에서 찍은 사진이라 그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황인용'이나 '카메라타'라는 검색어를 치면 지겨울 정도로 많은 소개글이나 방문기가 넘쳐나니 여기에 더할 생각은 없고 그곳의 '음향'이 과연 레퍼런스로서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들어서이다.
오래전 시절의 말이지만 당대 최고의 극장용 스피커를 건축 때부터 염두에 두고 인스톨한 것이 두고두고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사용된 진공관 앰프의 물량 투입이며 함께 설치된 오디오 시스템 같은 것은 동시대 최고 수준의 오디오파일인 '황인용'의 명성을 감안할 때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될 터이니 당근 최고의 소리가 나와야 할 것인데 내 귀에는 늘 그다지 흡족스럽지 않다.
물론 높은 층고의 공간을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채워 나오는 홀톤의 공간감은 탁월한 것이 사실이지만 정위감이 살아 있는 것도 아니요 칼 같은 해상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악기 본연의 음색을 구현한다고 보기에도 영 탐탁지 않다. 그렇다고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폭발력 있는 가공의 소리도 아니다. 그저 탄노이를 잠시 사용했을 때의 '느낌' - '편안함'이 과연 이곳이 추구하는 절대선이었을까?
당연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이 오디오 샵의 시청실을 방문하는 것과는 다른, 편안한 음악과의 휴식을 찾는 것이니 과히 틀린 접근은 아니겠지만 이만한 공간에 이만한 비용이면 보다 오디오파일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것뿐이다.
얼마 전 이곳에 음향 엔지니어로서 참여하여 업그레이드 작업을 한 분의 블로그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곳에 작성된 많은 양의 정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문하여 느낀 나의 느낌은 여전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불평불만(?) 속에서도 일 년에 몇 번은 잊지 않고 찾게 만드는 그 힘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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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1.28.
황인용의 헤이리 카메라타와 관련해서 먼저 썼던 글들이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2004년 9월에 문을 연 곳이니 만 20년을 어느새 넘기고 있다. 중간에 코로나 시절까지 감안하면 음악감상실이란 독특한 콘셉트의 문화공간으로 그 세월을 버텨냈으니 이젠 자리 잡았단 말을 넘어 헤이리의 지박령이 된듯하다.
번질나게 드나들던 곳도 파주 자체에 발길이 드물다 보니 마지막 방문이 언제였는지 채 기억이 없다. 하지만 뉴스에 파주 소리만 나와도 자동반사적으로 카메라타가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적어도 나에게 그곳은 몇 번의 방문만으로도 꽤나 인상 깊은 곳이 되었다. 어쩌면 라디오 속 황인용 아저씨에 대한 추억과 향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굳이 카레라타에 입장하지 않고 곁을 스쳐도 문 밖에 세워진 녹색 클래식 재규어를 보면서 안에 계시나 보다 하며 마음속 일방의 안부를 그에게 묻는다.
어제오늘 몹시도 눈이 많이 내렸다. 첫눈에 폭설은 117년 만이라고 했다. 눈 많은 파주의 그곳은 그래도 LP가 바삐 돌아가는데 아무 문제없으시길. 오늘도 서울 먼 곳에서 일방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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