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름이 뭉쳤다. 길 샤함과 세종 솔로이스츠.
나 같이 막귀 음악 애호가의 경우에도 유독 바이올린 소리가 독특해서 구별해 낼 수 있는 주자가 한 명 있는데 그가 바로 '길 샤함'이다. 이미 국내 애호가에게 익숙한 '파가니니'나 '슈베르트'를 연주한 듀엣 앨범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음색은 정말 독특하다.
보통의 바이올린보다는 약간 더 기름진 소리는 내는 독특한 음색이다. 날카롭기보다는 섬세하다는 느낌이 더 강한 편안한 보잉이 그의 소리이다.
그가 사용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1699년 산 'Countess Polignac' 바이올린의 특색인지 모르겠으나 잠깐을 듣고도 이 음색은 샤함의 바이올린 소리인걸! 하고 바로 알아챌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태생이 우리나라에 뿌리를 둔 '세종 솔로이스츠'의 경우 이번 앨범이 더욱 반갑다. 실력 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이렇게라도 응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계 투어를 앞두고 지난 12월의 국내 내한 공연과 함께 출시된 이 음반은 하이든과 멘델스존이 커플링이 되어 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하이든이 길 샤함의 매력을 위해 선택된 것이라면 멘델스존의 경우엔 세종의 연주가 부각되는 느낌이다.
두 작곡가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감상자로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길 샤함과 세종솔로이스츠가 보여 줄 수 있는 대부분을 담고 있다.
첼로 소리에 익숙한 어느 저녁에 '분위기'를 이어갈 새로운 레퍼토리로서 이 앨범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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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1.29.
이제는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지문이나 음성, 홍채나 손바닥 정맥과 같은 바이오 정보로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기술들이 보편화되었다. 집 현관문을 여닫는 지문인식 도어록이나 공항 출입국 검사의 편리함은 익히 경험한 바 있을 것이다.
본문에도 있지만 길 샤함의 바이올린 탓인지 그만의 연주기법 탓인지 모르겠으나 방송에서 잠시 스친 몇 소절만으로도 길 샤함 아닌가? 하면 번번이 그가 맞다. 어쩌면 몇 안 되는 익숙한 그의 레퍼토리만 방송에 자주 나와 그런지도 모르겠다.
친한 사람은 뒤에서 본 걸음걸이로도 누군지 알아본다. 비슷한 걸음걸이를 보며 서로 가족이구나를 알기도 하고. 어떠한 대표하는 특징이 상품에선 트레이드 마크가 되고 누군가에겐 MBTI가 되며 어느 아저씨에겐 곤대라는 이름으로 붙는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특징으로 식별되고 있을까?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일인데 갑자기 몇 명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오래간만에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날 잘 못 알아본다. 일단 몇 년 사이에 헤어스타일이 바뀌었고 머리 길이가 쇼트커트에서 펌을 한 장발로 완전히 달라졌다. 안경테가 바뀌었고 체형도 건장한(?) 스타일로 바뀐 데다 최근 자율복장이 되면서 그간 어느 정도 고정값이었던 나만의 비즈니스 케쥬얼에 눈에 익었던 사람은 청바지와 티셔츠 바람의 부장 아저씨를 잘 연결 짓지 못하는 탓도 있다. 하지만 길 샤함의 그것처럼 뭔가 다른 이와 식별가능한 차별화된 구석이 너무 없어서 아닐까?
아니다. 눈에 띄어 정 맞는 쪽보다는 늘 중간에 낀 삶을 추구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제대로 살아낸 것이라 위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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