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전산장비들 때문에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 주기적인 '스마트폰' 교체 때마다 몇 달을 소비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아이팟'이라는 매력적인 게임기(?) 때문에도 여가 시간의 상당 부분을 쏟고 있다. 게다가 요 며칠은 사무실 PC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 아주 많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내 인트라넷이 죽는 바람에 애써 작성해 놓은 장문의 이메일이 공중 분해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인터넷 창을 다시 띄우고 로그인하기를 하루에도 수 십 번. 이젠 정말 성질 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전산팀으로부터 원격 지원도 받아보고 하드 디스크도 교체해 보고-이때마다 엄청난 데이터의 이동과 프로그램 재설치라는 노가다가 수반된다-그래도 안 되어서 결국 PC 교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어제 하루 종일 또다시 PC 정비를 마치고서야 겨우 안정화되어 포스팅을 남긴다.
인간의 수명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 몇 달의 생활패턴을 돌이켜보면 잉여로 늘어났다고 하는 '인생의 길이'의 대부분을 아마 마이크로소프트사나 애플사에 헌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본인이 대대로 단명하는 집안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기대 여명이 오히려 그들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삶을 편하게 만든다는 IT.
과연 문영의 이기일까? 스트레스의 원흉일까? 적어도 내게는 요즘 후자로 다가온다.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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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2.2.
인생을 살다 보면 이게 남는 장사 맞나? 하며 손가락으로 열심히 셈을 해 봐야 하는 일이 있다. 무언가를 얻어나 이루기 위해 들여야 하는 게 있는 건 당연한데 이게 소위 투자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 되게 되면 얻는 것보다 도리어 잃는 것이 많은 손해 보는 장사가 된다.
요즘은 좀 시대가 변했다지만 어렸을 때 몇 년 바싹 공부해서 좋은 대학 졸업장 한 장을 얻으면 그것으로 좋은 회사나 직업 게다가 좋은(?) 배우자까지 얻을 수 있는 평생 유용한 아주 가성비 높은 투자였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 역시 다 투자대비 높은 성공확률과 기대 수익이 담보된 것이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운동을 열심히 꾸준하게 하면 이런저런 병치레의 예방효과는 물론 기대여명을 늘려주는 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명이상을 운동시간에 갈아 넣고 있다면 어떨까? 차라리 운동이나 안 했으면 없었을 부상이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면? 또한 하고 있는 운동이 운동기구나 복장, 시설에 꽤나 많은 비용의 투자까지 필요하다면? 이게 남는 장사일까?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각종 첨단 기능들이 탑재된 IT가전들이 일반 기능제품에 비해 훨씬 고가에 출시된다. 하지만 정작 구입 후엔 기본 기능 외엔 쓰는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부가된 기능 때문에 고장에 취약하던가 유지 보수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아니면 기능을 제대로 쓰는 쪽으로 마음먹었더라도 노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는 깨알 같은 매뉴얼을 정독해 가며 기능을 습득하는데 도 인생을 소모해야 한다. 그나마도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익숙한 사람이나 가능한 말이다.
나름 이쪽에 능숙하다 생각했는데 몇 년을 주기로 수명을 다 하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 하나만 교환하려고 해도 그 많은 설정값과 기능을 기존의 장비들과 호환을 유지하기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사람의 욕심은 늘 하이엔드에 닿아 있지만 투자대비 효용을 재빠르게 판단해 첨단보다는 '최적'을 선택하는 게 경제학에서의 불변의 진리다. 적당히 한 걸음 뒤에 서 있는 게 역시 그나마 남는 장사다.
분주한 월요일이다. 그래도 오늘은 좀 천천히 걷자.
참고로 이 포스팅은 티스토리에 다시 블로그를 문을 연지 400번 째 되는 글이다. 뭐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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