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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0.5.18.] 영화 '하녀' 유감

by 오늘의 알라딘 2025. 1. 17.

지난 주말 방화 '하녀'를 봤다.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어 선택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장안의 화제를 무시할 수 없기도 했다.

1960년에 개봉된 원작 '하녀'를 본 적이 없으니-있다 해도 기억이 없으니 없다고 보는 게 맞다-어찌 리메이크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고 이미 식상할 때로 식상한 스토리 라인이야 뻔한 것이니 극적 반전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임상수'식으로 대본이 바뀌었다고 하나 진부한 스토리는 변함이 없다. 영화 홍보도 온통 전도연과 이정재의 '노출'에만 집중된 것을 보면 제작사 측에서도 어쩌면 이미 그들의 한계를 간파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연기파 여배우 전도연에 기대를 갖고 좌석에 앉았다. 시종 그녀의 연기력은 역시 흠잡기 어려웠다. 기대하지 않았던 늙은 하녀 윤여정의 맛깔난 연기와의 호흡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하지만, 감독의 욕심이 과했다. 영화제를 목적으로 했는지 너무 많은 것을 주려고 한다.

 

젊은이들의 먹고 마시는 소비 행태 이면에 그것을 만들고 팔고 고생하는 기성세대가 교차하는 영화 서두의 문제의식. 전도연이 목 매달아 뛰어내리는 장면의 복선으로 작용하는 투신자살장면.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의 처음은 나름 신선하기까지 했다. 대저택에 입성하는 하녀. 그후로 이어지는 선정적인 대사와 장면들은 나름의 극적 긴장과 함께 '관람 목적'에 정확히 소구 하는 부분이니 여기까지는 좋았다. 딱 여기까지. 

 

바로 거기까지의 호흡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전도연이 아이를 잃은 후 저택에 재입성하면서부터 영화가 망가진다. 어쭙잖은 CG의 '투신/분신자살'과 남희의 생일파티 엔딩씬은 당최 뭘 주장하려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처음엔 꽤 정성을 들이다가도 마무리가 잘 안 되어 대강 끝내버리는 내 글쓰기 스타일과 비슷하다.^^

 

아님 기괴함과 자극적 변칙을 통해 영화제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을까? 차라리 그런 건 오히려 박찬욱 감독이 전문인데. 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공연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영화보고 기억에 남는 영화와 별 상관없는 몇 가지

 

- 아더매치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재발견과 이정재의 어색한 연주 장면

- 대저택과 어울리지 않는 저렴한 오디오 (일본 트라이오드 진공관 인티앰프, 한 300만 원 정도 하나?)

- 이정재 몸 좋더라

- 무시로 마셔대는 와인

- 아줌마 스타일로 달라진 전도연의 가슴(ㅠ.ㅠ)

 

역시 별 관심은 없지만 그들만의 리그인 '칸' 폐막(23일)에서의 결정을 기다려보자. 주연 배우들이 귀국을 미뤘다니 아마 좋은 소식을 뒤로 들은 거지^^

 

※ 추가(2010.5.25) - 결국 나의 폄하(?)대로 '하녀'는 칸에서 별 소득이 없었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 만할 시선의 대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웃기는 건 결과 발표 이후 언론에서 '하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발표 전엔 오히려 '시'보다 '하녀'의 수상 쪽을 점치는 분위기였는데, 역시 1등 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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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1.17.

 

오래전 글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면서 15년 전 이정재와 전도연을 본다. 그때도 제법 중견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리즈시절이었다. 특히 이정재는 최근 히트작 <오징어게임 2>를 막 보고 난 후라 15년의 세월을 절로 느끼게 한다.

 

솔직히 영화 <하녀>의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특히 본문에 써 놓은 '아더매치'는 내가 써 놓고도 저게 무슨 말이지 한다. 극중 윤여정이 '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꼽고 치사하다'를 줄여말한 대사였던 것을 다시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세월이 지난 후 예전 것을 다시 돌아보면 그때 그것이 문득 좋아진다. 좋았던 것을 모르고 지나친 이유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너버린 후란 것을 알아차린 후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은 내용이 전혀 생각도 안 나는 그 영화를 당시 왜 그리 혹평을 했을까? 나중을 생각해서 모든 걸 이쁘게 봐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아참! 생각나는 이정재의 대사가 하나 있긴하네.

"빨대 빨듯이 쭉 빨아봐"

 

문제적 남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현재 임신 6개월임을 오늘 세상에 알렸다. 64세 감독의 또 하나의 히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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