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반매장 중 유일하게 클래식 음반만을 취급하는 풍월당은 작년 6월에 오픈한 곳으로, 오픈 초기부터 상당히 화젯거리로 손꼽혔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요나 팝이 아닌 클래식만을 고집한다고 하니, 당연히 주변의 걱정을 샀고, 자연스레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걱정과는 달리 풍월당은 잘 돌아가고 있다. 골수 마니아들에겐 풍월당 같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마침 풍월당이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다.
다 알듯이 풍월당은 오페라광인 신경정신과 의사 박종호 씨와 음반 컨설턴트로 유명한 최성은 씨의 공동작품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박종호 씨에겐 의사의 길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최성은 씨에겐 부산에서 서울로 단번에 뜨게 만들었다.
풍월당은 단순히 음반판매의 목적만을 갖고 있진 않다. 풍월인(?)들에겐 풍월당이 클래식 음악을 아끼는 이들의 감성교환의 장소가 되길 원하다. 그래서 풍월당은 음반 한 장 안 사도, 창가에서 장시간 책을 보고 있더라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차 한잔, 과자 몇 조각을 대접하는 우리네 조상들의 인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풍월당에선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음반들도 척척 구해준다. 단, 각 레이블의 수입시기가 정해져 있기에 시간은 다소 걸릴지라도 손님이 찾는 음반이 있으면 그 음반을 카탈로그를 통해 체크해 놓고, 단 한 장이라도 한 사람을 위해 들여오는 정성을 보인다.
또한, 풍월당에선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을 초청, 마니아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한다. 음악이 흐르는 장소에서 연주자와 청중은 평소에 갖기 힘든 대화의 자리를 갖음으로, 연주자와 청중은 무대에서의 먼 관계에서 코 앞의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더 추가하자면 풍월당엔 그 흔하디 흔한 라이선스 음반은 별로 없다. 하지만, 소위 명반이라 하는 것들, 숨겨진 희귀 음반 들은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직접 찾는 정성을 보인다면, 예기치 않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석구석 숨겨진 리코더 음반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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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21.
참고로 본문은 내가 쓴 글이 아니다.
글을 옮겼던 당시에도 이미 대형음반매장들이 대거 문을 내린 상태에서 클래식 전문 음반매장 오픈이라는 데에 많은 클래식/오디오 애호가들의 기대와 우려가 있었는데 1년여를 무사히 넘긴 시점에서 누군가 풍월당을 소개한 내용이었다. 비록 뒷골목이라고는 하나 땅값 비싼 압구정동에서의 매장 운영이 남의 일이지만 한 마디씩 거들지 않을 수 없었겠지.
오픈 후 한차례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을 때 겨우 두어 번 방문했었다.
오프라인이다보니 가격은 좀 있었지만 온 매장에 빈틈없이 박혀있는 음반들을 눈에 담고 로젠카발리에 카페에서의 커피가 생각날 때마다 방문하고 싶은 곳이지만 지역적 문제로 늘 마음 같지 않았다.
게다가 소장하고 있는 음반수가 2천여 장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더 이상의 음반쇼핑은 멈춰 섰다.
정확히는 청취환경이 고음질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TIDAL과 ROON으로 옮겨가면서 더 이상의 음반소장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명반부터 신보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곳보다 발 빠르게 리스트업 되어 소개되고, 고음질로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음반을 찾고 트레이에 걸고 빼고를 반복하는 노동(?)이 불필요해진 데다 심지어 스마트폰 앱으로도 연계되어 리핑된 개인소장 음반까지도 인터넷만 된다면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이런데도 음반 매장 운영이 된다고? - 2005년의 우려가 2023년의 내게는 여전히 반복된다.
다행인 것은 기우인 것 같다.
20년을 버티며 음반매장뿐 아니라 클래식 아카데미로서도 자리를 잡았고,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풍월당 차트'를 이용해 클래식 방송국에선 선곡을 하고 있다. 같이 늙어가는 애호가들이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탓이다.
풍월당이 오픈 20주년 기념음반을 발매한다.
여느 서양곡들이 아닌 한국가곡을 모은 그 마음씀에서 여전히 돌아가 기대어 앉을 '고향의 봄'으로 남고자하는 풍월당의 기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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