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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6.6.10] 드디어 다녀온 곳,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1. 23.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사실 오늘은 에버랜드에 가기로 딸아이와 벌써부터 약속한 날인데 하루 종일 비다. 오후 늦게 어디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서 아내의 제안대로 풍월당 나들이에 나섰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음악을 전공한 아내가 나의 취미 생활을 겉으로 표현은 않지만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주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오늘은 선뜻 풍월당 나들이를 제안한 것이 못내 고맙기까지 하다.

 

내비게이션으로 확인 한 바로는 풍월당까지는 15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정말 가까운 거리임에도 아직까지 미뤄온 것이 신기하지만 오늘에서야 빗속을 헤집고 집을 나섰다.

 

그리 기대는 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크지 않은 2층의 레코드샵. 하지만 잘 정리된 앨범들과 최근 풍월당 사장인 박종호 선생의 신간에 소개된 앨범들이 시선을 잡아끄는 곳이다. 그리 붐비지 않는 곳에서 친절히 준비해 준 커피 향을 맛보며 레코드를 고르는 일이 휴일의 호사로서 부족함이 없다.

 

그리 크지 않은 볼륨에 풍월당을 울리고 있는 Sonus Faber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해 보았다. - 거의 하이엔드 스피커의 실물을 처음 접해본 기회이기도 하다. 그릴 망 대신 하늘하늘 꼬인 실들이 스피커 유닛을 보일 듯 말 듯 가리고 있는 독특한 스피커다.  적은 볼륨 탓인지 제 기량을 충분히 느낄 수는 없었다.

 

박종호 선생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에 소개한 마이클 틸슨 토마스 지휘의 말러 9번 교향곡과 허제 님의 추천인 쇼팽의 전주곡집을 사들고 금세 매장을 나섰다.

 

각오는 한 것이지만 풍월당의 앨범은 그리 싼 편은 아니다. '무료제공' 커피 값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하이브리드 SACD 앨범인 말러의 앨범(2CD)은 4만 원에 육박하는 것이어서 조금 부담은 되는 레코드임엔 틀림없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1.23.

 

며칠 전 올리고 소개했던 풍월당 관련 글과 이어지는 글이다.

[2005.10.5] 클래식 애호가면 가봐야 할 곳, 풍월당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지울까 하다 반가운 두 가지 물건 때문에 몇 자 더 얹는다.

 

하나는 Sonus Faber 스피커.

저 날의 방문 이후 기억 속에 두었다가 한참의 시간 후에 비록 중고이긴 하지만 위 사진 속의 Sonus Faber Cremona를 들여 잠시동안 사용했었다. 디자인이 정말 지금 생각해도 끝내주게 미려하고 현에 특화된 이탈리아 스피커였다.  문제는 울리기 너무 어려웠고 음악의 장르를 가렸으며 가지고 있던 당시 앰프들과는 궁합이 너무 안 맞아 곧 방출.ㅠ

 

또 하나는 (하이브리드) SACD. 

지금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플레이어 자체도 아직 생산이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DSD(Direct Stream Digital) 기술을 이용해 기존 CD보다 4배의 정보량을 담을 수 있었던 말 그대로 슈퍼오디오 CD(SACD)였는데 문제는 전용 플레이어에서만 재생이 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 CDP에서도 재생할 수 있는 트랙을 중복해 담아놓은 음반을 하이브리드 SACD라 불렀다.

 

위 사진은 당시 SACD를 재생하기 위해 사용했던 독일제 린데만 820 SACD 플레이어.

전원부가 고장이나 고치는 값이 배보다 배꼽이 되어 자연스럽게 퇴출되었는데 이후로 한동안 CD 플레이어 없이 살았다.

외부 기기를 연결해 DAC로도 잘 사용했던 기종이었는데 지금 봐도 이쁘다. 부드러운 질감의 음색을 내줬고 알루미늄 절삭의 리모컨 역시 압도적이었다.

 

뭔가를 추억하다 보면 줄줄이 비엔나로 엮여있는 물건에 대한 향수가 함께 한다.

풍월당을 말하려다 오늘도 풍월만 읊고 가네.

 

사족 - 본문의 글을 올린 후 풍월당은 2007년 초, 근처 건물의 4층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 그때의 포스팅을 여기 함께 올린다.

"전에 올린 댓글에도 말한 것과 같이 풍월당이 근처 건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이라고 보이엔 너무 작고 그냥 음반점이라 부르기엔 이젠 너무 커버린 국내의 몇 안될 오프라인 CD전문매장인 풍월당이 그간 3년여의 둥지를 떠나 보다 큰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자고 새면 하나씩 없어지는 음반점 소식들이 요샌 잠잠하다.- 하긴 더 이상 남은 음반점이 몇 안되니 이젠 없어질 것도 없다. 아무튼 줄도산의 소용돌이 속에 개업하여 이젠 명실 상부한 클래식 전문 음반점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클래식 시장의 방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 또한 갖게 되었다. 다행한 일이다. 그것도 온갖 신세대의 최신 유행이 마주치고 또 사라지는 압구정동 한 복판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잘 버텨내고 있으니 말이다. 대표인 박호종 선생의 지명도는 두 번째로 하더라도 그의 영리를 떠난 운영과 헌신에 가까운 직원들의 공이 역시 작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사장의 음반가격이라는 작지 않은 유혹 때문에 지근에 있으면서도 자주 찾지 못했지만 풍월당은 클래식 애호가에게 늘 돌아가고 싶은 고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전이 완료되면 꼭 축하방문이라도 할 계획이다.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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