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32

[詩] 7호선 마들역 7호선 마들역 비틀거리던 하루 다 가고 긴 잠 한번 자고나면 7호선 마들역 칠백원 노란 요금표와 맞바꾼 하루 때낀 대리석 계단 70개가 이리 가벼움은 풍선껌 하나로도 환한 얼굴 그 아이와 어미 있는 동네 상계동 머리맡 7호선 마들역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8.
[詩] 네가 있어 아프지 않았다 네가 있어 아프지 않았다 네가 있어 아프지 않았다. 세월 시름 어깨 가득 한숨 되어 흘러가고 백발 마디마디 저려움이 가여워도 외로운 그림자 달게 맞아주는 순수의 아이가 있어 오늘도 아프지 않았다. 인생의 질고는 지겨운 원죄가 되고 채찍이 되고 차가운 그늘이 되고 웅크린 몸 추켜 일으켜 송곳 같은 새벽이슬을 맞는다 해도 안쓰러운 호흡으로 호호 불어 낫게 하는 순결의 아이가 있어 오늘도 아프지 않았다. 네가 있어 아프지 않았다.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8.
[2012.5.8] 어버이날 단상 어버이날이다. 언제가부터 자식이자 어버이가 된 이후로 뭔가 중간에 낀 것 같은 모호한 정체성을 느끼며 이 날을 보내게 된다. 은근히 딸아이의 이벤트(?)를 기대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어딘지 무거운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그런 이중적인 날이 되었다. 어젠 월요일이라 좀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딸아이가 딱 자정을 넘기니 이젠 '어버이날' 되었다면서 봉투 하나씩을 던지듯 주고는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내가 일찍 집을 나오기 때문에 아침에 주긴 힘들다고 생각했나 보다. 얼마 안 있으면 내 생일이라 아내한테 뭘 하나-로지텍 스퀴즈박스 터치(이미 질렀다^^ㅎㅎ)- 사 달라고 계속 조르는(?) 것을 봐서인지 아님 어버이날을 손쉽게 보내는 비결을 벌써부터 터득해서인지 아님 내 강요 때문인지 더해서 원하.. 2023. 11. 8.
처음 우리에게 오던 날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네가 처음 엄마 몸속에 작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을 안 날. 그날의 아빠의 모습은 마치 몇 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되어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의 모습이었다. 부리나케 산부인과로 엄마의 손을 이끌고 가던 아빠의 모습을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의 잊지 못할 떨림과 설레임이 있었고 그 대부분은 네 엄마와 함께한 것이다. 기억력이 그리 명석치 않은 아빠의 기억으론 결혼식 날 네 엄마의 손을 잡고 단상에 섰던 날 이후로 최고로 흥분되고 기분 좋은 날이었던 것 같다. 여느 아빠들이 다 그럴테지만 이 세상에서 또 한 명의 아빠가 된다는 것은 그 많은 아빠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 가정의 진정한 가장이 된다는 것, 자신의.. 2023. 11. 7.
[2001.11.10] 하나님의 은혜에게 주는 처음 글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97년의 초여름은 지금 생각에도 무척 덥고 지루한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삭이 된 네 엄마의 오래된 기다림과 아빠의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날들이었고, 지루함 뒤편에는 소풍 가는 어린아이 같은 조급함이 가득한 그리 싫지 않은 날들이었다. 벌써부터 준비된 갖가지 옷가지와 우유병들, 앙증스럽기까지한 장난감들과 함께한 열 달의 흥분됨은 네가 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기 전부터 엄마 아빠에게는 큰 행복이며 선물이었다. 당시 아빠는 회사에서 새로운 보직발령이 나지 않아 그 역시도 지루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네 엄마와 그 안의 너는 당시 나에게 큰 힘이었음을 글을 빌어 감사한다. 아빠로서 네게 해 줄수 있는 일들을 잠시 생각하다 짬짬이 시간을 내어 글을 남기기로 한다. 네 엄마가 조금은.. 2023.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