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32 [97년, 지루함을 추억하며] 십 년 같은 열 달의 기다림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기다림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열 달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다행히 아빠는 네 엄마 덕택에 기다리는 것에는 이골이 나있는 사람이다. 연애시절 네 엄마는 약속시간에 제대로 맞추어 나온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지각대장이었다. 네 엄마를 더 빨리 만날 생각으로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가 기다렸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의 애간장을 녹여놀 생각으로 일부러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요새도 그 버릇이 남아서 네 엄마가 다 좋지만 이것은 하나 고쳐야 할 것 같다.ㅎ 아무튼 기다리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고 끈기와 참을성을 미덕으로 알았던 아빠에게도 너와 함께한 열 달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엄마 아빠의 친구이기도 한 주명이 이모의 경우 결혼은 늦.. 2023. 11. 9. 삶의 올무 - 돈에 대한 생각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아담이 선악과를 탐한 이후로 어쩔 수 없는 삶의 올무가 있다면 그것은 돈일 것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이를 벌기 위해 희생해야하고 결국은 삶의 상당 부분을 돈과 맞바꾼 것이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기 보다는 인생을 팔고 돈을 사왔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루이스 야블론스키의 「돈의 감성지수」란 책에서 돈이란 심리적이고 개념일 뿐 실직적인 값어치란 없는 것으로 사람들이 비로서 가치를 부여할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말해 돈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에게는 목숨의 가치가 있고 「무소유의 행복」을 역설한 이용범과 같은 사람에게는 돈 없음이 고통보다는 행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버는 일에 주어진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면 네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일에게서.. 2023. 11. 9. [詩] 가족 가족 주신 이 땅 발대어 사는 우리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 하나의 호흡으로 태어난 그 기쁨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밟히고 뽑히면서 오히려 푸르던 잡초처럼 서러운 날들도 풀꽃 씨로 날리던 걸.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입맞춤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석양즈음 멀리 개 짖는 소리 귀울음 되어 휘저어 올 때 피붙이 하나 기댈 수 있다면 그걸 행복이라고 하자. 가족이라고 하자. 가만 들여다보면 내 얼굴, 내 입과 내 눈썹을 가졌구나 사랑스러움이여, 아내여.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9. [2002.3.18] 토요일 새콤달콤 아마일지 - 산들어린이집 * 산들어린이집의 부모 봉사활동(아마)中 식당 아마 후기로 올렸던 글 큰돌맹이반 하은이 아빠 '알라딘'입니다. 아마 일기 게시판이 휑한 것 같아 출근하자마자 적어야지 했는데 '일등감자'에게 일등을 빼앗기고 말았군요. 역시! 아무튼 누가 아마 배정의 주동자(?)인지 몰라도 제 첫 번째 아마를 새콤달콤 아마로 배정하다니! 이건 틀림없이 조합모임을 등한시한 것에 대한 보복성 배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우~ 분노의 살떨림!) 음식이라곤 라면세트 밖에 못하는 제겐 너무나 가혹한 아마 배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라면정식을 차려줄 수도 없고-사실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쏟아지는 눈총을 버텨낼 자신은 없고. 제가 달리 '알라딘'이겠습니까?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램프만 쓱싹 비비면 램프의 요정 '.. 2023. 11. 9. [2005.2.11] 지난 1년, 지날 1년 * 산들어린이집 단행본用 200자 소감에 올린 글 노란 문턱을 오르내린 지 벌써 1년이 다가옵니다. 늦은 결심의 게으른 부모덕에 이 좋은 터전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하루씩 상각 해야 하는 하은이에게는 내내 미안한 마음입니다. 집에는 하나도 없는 그 많은 동생들과 친구들이 언제나 반가워서 집에 가기 싫어하는 산들이 이제는 아이에겐 너무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순수함이 볼살 가득 녹아있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산들과 보낸 지난 1년보다 지날 1년이 아이의 기억 속에 더욱 길 수 있도록 해줄 생각입니다. 나중에라도 "나는 산들에서 다 컸노라"라고 말할 수 있게 말입니다. 꿈속의 하은이는 지금도 산들에 있습니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1.9 이젠 그 동네를 떠나왔지만 가끔씩 근처를 지날.. 2023. 11. 9. [詩] 기다림 기다림 겨우내 긴 언덕 넘어 저린 발로 한번 쉬어가면 애틋한 목소리,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네 파리한 새 잎새에 물기 마를 무렵 등줄 따라 땀 한번 훔쳐내면 고요한 그때 그 외침,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네 칠월 초열흘 얼마 남지 않은 그날이 오면 서툴은 춤사위 마냥 나풀거릴 텐데 아직 설익은 태양빛은 투정 가득한 한숨,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네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9. [1997.7.10을 추억하며] 만남 - 기다림에 대한 보상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솔직히 네 엄마는 조금 엄살장이이다. 조금만 아파도 참지 못하는 성격 덕에 큰 병을 만들지 않는 좋은 점도 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네게 도움이 될 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선뜻 제왕절개를 통해 너와의 만남을 하기로 결정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네 엄마의 배에 훈장을 남겨버려 무척 속이 상한 결정이기는 했지만 혹시 산고를 이기지 못하고 무슨 잘못이라도 생길 까 걱정이 되었던 아빠로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벌써 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더웠던 7월의 10일. 네 엄마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고공낙하를 눈앞에 둔 병사의 급박함처럼 그리 기다릴 시간 없이 일이 진행되었다. 간단히 침구를 챙겨 병원에 들어 선 후 네 엄마가 수술실로.. 2023. 11. 9. [2001.11.26] 작은 새출발 - 이사 @광장동 극동아파트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저녁 늦게 비를 뿌려대던 엊그제는 이 아빠가 결혼 후 두 번째 이사를 한 날이다. 며칠 전부터 감기로 고생하던 네가 하루종일 이삿짐에 시달려 편히 쉬지도 못했지만 내내 아빠와 잘 있어 주어서 고마웠다. 비록 상계동의 집을 팔고 다시 전세로 옮겨오는 것이 조금은-아주 조금이다- 서운하지만 집값을 훨씬 올려서 오는 데다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크기의 공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네 엄마가 편해질 것 같아 다행하다. 게다가 그럴듯한 네 방을 꾸며줄 수 있는 방이 하나 더 생겨서 네 엄마는 마냥 좋은가 보다. 다른 방에 있던 밝은 전등을 네 방으로 옮겨 달기도 하고 제일 먼저 네 방의 커튼을 바꿔다는 등 아무튼 너에 대한 엄마의 애정은 각별한 것이다. 사실 전에는 공간이 적어서 새로운 물건이 뭐.. 2023. 11. 8. [2005.2.11] 너에게 엄마라는 존재에 관하여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이 세상의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네 엄마가 바로 네 엄마임을 감사해라. 몸의 절반을 이루고 있을 엄마의 유전자는 그만두고라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유난스레 최선의 것으로 너를 길러 온 네 엄마의 정성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만하다. 이 땅에 작은 호흡을 이어가게 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만 하지만 네 엄마의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아빠의 어린 시절은 그리 넉넉지 않았을뿐더러 건강치도 않았던 것 같다.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의 호사스러움은 누리지 못한 생사를 건 유아기를 보냈고 지금의 네 나이보다 어린 시절엔 폐결핵을 앓아 1년이 넘는 투병생활을 버텨냈다고 하니 이 아빠 역시 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간장을 어지간히 녹여 놓았던 것 같다. 성인이 된 지금.. 2023. 11. 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