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35 [2005.3.17] 우리 딸의 Communication 엄마가 무슨 준비물을 챙겨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가 엄마한테 보낸 쪽지 메시지다. 늘 어리광투성이인 아이가 'To.'로 시작해서 '올림'으로 끝나는 조금은 Formal 한 Communication 수단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한 편으론 기특함이, 한 편으론 품 밖의 자식으로 점점 커감을 실감한다. 나도 어제 밤늦게까지 심혈을 기울여 숫자카드-이것 역시 학교 준비물이다-를 만들어줬다. 컬러 출력한 숫자카드를 기존 트럼프 카드에 부착한 후 손코팅지를 발라 완성한 초등학생 준비물치곤 하이엔드(?) 제품으로 만들어줬다. 나에게도 이런 쪽지가 남겨질지 기대된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1.10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준비해 준 준비물엔 결국 별다른 물리적(?) 코멘트가 없었다. .. 2023. 11. 10. [2005.2.11] 함께 커가는 집 - 산들 어린이집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네가 산들어린이집에 등원한 지도 벌써 3개월 정도가 지났구나. 지나칠 정도로 엄마와 떨어지는 걸 겁을 내고 또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질 못하는 데다 지역에 있는 일반 어린이집 교사들에 대한 실망들이 결국 공동육아라는 대안을 선택하게 한 것이지만 하은이 너의 시각으로 보자면 참 현명한 판단이지 싶다. 처음 산들에 찾아갔을 때 아빠는 적잖이 실망했다. 주위의 깨끗하고 현대식의 어린이집을 상상하다가 막상 찾아간 곳의 허름함이란! 정말 이런 곳에 아이들을 맡기어도 되나 할 정도였다. 허름한 폐건자재가 뒹굴거리는 마당, 여기저기 임시로 땜질해 놓은 가건물과 계획성 없이 구별해 놓았을 크고 작은 방들과 아이들이 지내기엔 부적합해 보이는 나무계단들. 한여름과 한겨울을 나기에는 너무나 열악해 보.. 2023. 11. 9. [詩] 떠오르는 얼굴 떠오르는 얼굴 죽음과 바꿀만한 달큰한 새벽잠이 눈에 부빈다. 지겨운 오리울음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다섯시 삼십분 잠든 모녀의 평안으로 아침 끼니를 대신하고 욕조에 빠진 한 줌 머리카락으로 또하루가 시작된다. 사자. 팔자. 탐욕의 시장은 닳아버린 키보드의 덜거덕 신음소리를 내고 지겨운 숫자노름은 끝을 모르지만 오후 세시. 맛을 잃은 늦은 점심은 남은 지갑을 가볍게 할 뿐 어른 거리는 얼굴, 나를 기다리는 얼굴, 내 힘이되는 얼굴 날 닮아가는 아이와 어미의 얼굴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9. [97년, 지루함을 추억하며] 십 년 같은 열 달의 기다림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기다림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열 달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다행히 아빠는 네 엄마 덕택에 기다리는 것에는 이골이 나있는 사람이다. 연애시절 네 엄마는 약속시간에 제대로 맞추어 나온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지각대장이었다. 네 엄마를 더 빨리 만날 생각으로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가 기다렸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의 애간장을 녹여놀 생각으로 일부러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요새도 그 버릇이 남아서 네 엄마가 다 좋지만 이것은 하나 고쳐야 할 것 같다.ㅎ 아무튼 기다리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고 끈기와 참을성을 미덕으로 알았던 아빠에게도 너와 함께한 열 달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엄마 아빠의 친구이기도 한 주명이 이모의 경우 결혼은 늦.. 2023. 11. 9. 삶의 올무 - 돈에 대한 생각 사랑하는 딸 하은에게. 아담이 선악과를 탐한 이후로 어쩔 수 없는 삶의 올무가 있다면 그것은 돈일 것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이를 벌기 위해 희생해야하고 결국은 삶의 상당 부분을 돈과 맞바꾼 것이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기 보다는 인생을 팔고 돈을 사왔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루이스 야블론스키의 「돈의 감성지수」란 책에서 돈이란 심리적이고 개념일 뿐 실직적인 값어치란 없는 것으로 사람들이 비로서 가치를 부여할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말해 돈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에게는 목숨의 가치가 있고 「무소유의 행복」을 역설한 이용범과 같은 사람에게는 돈 없음이 고통보다는 행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버는 일에 주어진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면 네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일에게서.. 2023. 11. 9. [詩] 가족 가족 주신 이 땅 발대어 사는 우리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 하나의 호흡으로 태어난 그 기쁨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밟히고 뽑히면서 오히려 푸르던 잡초처럼 서러운 날들도 풀꽃 씨로 날리던 걸.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입맞춤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석양즈음 멀리 개 짖는 소리 귀울음 되어 휘저어 올 때 피붙이 하나 기댈 수 있다면 그걸 행복이라고 하자. 가족이라고 하자. 가만 들여다보면 내 얼굴, 내 입과 내 눈썹을 가졌구나 사랑스러움이여, 아내여.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9. [2002.3.18] 토요일 새콤달콤 아마일지 - 산들어린이집 * 산들어린이집의 부모 봉사활동(아마)中 식당 아마 후기로 올렸던 글 큰돌맹이반 하은이 아빠 '알라딘'입니다. 아마 일기 게시판이 휑한 것 같아 출근하자마자 적어야지 했는데 '일등감자'에게 일등을 빼앗기고 말았군요. 역시! 아무튼 누가 아마 배정의 주동자(?)인지 몰라도 제 첫 번째 아마를 새콤달콤 아마로 배정하다니! 이건 틀림없이 조합모임을 등한시한 것에 대한 보복성 배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우~ 분노의 살떨림!) 음식이라곤 라면세트 밖에 못하는 제겐 너무나 가혹한 아마 배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라면정식을 차려줄 수도 없고-사실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긴 한데 쏟아지는 눈총을 버텨낼 자신은 없고. 제가 달리 '알라딘'이겠습니까?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램프만 쓱싹 비비면 램프의 요정 '.. 2023. 11. 9. [2005.2.11] 지난 1년, 지날 1년 * 산들어린이집 단행본用 200자 소감에 올린 글 노란 문턱을 오르내린 지 벌써 1년이 다가옵니다. 늦은 결심의 게으른 부모덕에 이 좋은 터전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하루씩 상각 해야 하는 하은이에게는 내내 미안한 마음입니다. 집에는 하나도 없는 그 많은 동생들과 친구들이 언제나 반가워서 집에 가기 싫어하는 산들이 이제는 아이에겐 너무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순수함이 볼살 가득 녹아있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산들과 보낸 지난 1년보다 지날 1년이 아이의 기억 속에 더욱 길 수 있도록 해줄 생각입니다. 나중에라도 "나는 산들에서 다 컸노라"라고 말할 수 있게 말입니다. 꿈속의 하은이는 지금도 산들에 있습니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1.9 이젠 그 동네를 떠나왔지만 가끔씩 근처를 지날.. 2023. 11. 9. [詩] 기다림 기다림 겨우내 긴 언덕 넘어 저린 발로 한번 쉬어가면 애틋한 목소리,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네 파리한 새 잎새에 물기 마를 무렵 등줄 따라 땀 한번 훔쳐내면 고요한 그때 그 외침,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네 칠월 초열흘 얼마 남지 않은 그날이 오면 서툴은 춤사위 마냥 나풀거릴 텐데 아직 설익은 태양빛은 투정 가득한 한숨,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네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 2023. 11. 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