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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경제 전망의 바로미터 - 청첩장 개수 세기 97년 말 IMF가 터지고 실직자가 급증할 때, 덩달아 결혼 계획까지 미루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보던 때가 있었다. 결혼이란 것이 한 두 푼짜리 행사가 아닌 지 오래이니 경제가 어려울 땐 '인륜지대사'라 한들 당해낼 장사가 없었던 것이다.몇 개를 버렸(?)는데도 책상 위에 앞으로 두어 달의 주말을 통째로 좀 먹을 청첩장이 수북하니, 그런 면에서 보면 내년의 경제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려나 보다. - 아님 현재의 상황이 이미 호전된 것이거나.   마치 무슨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 내색도 안 하던 녀석들이 한꺼번에 연락을 한다. 그중엔 사내 결혼을 선언한 우리 부서의 밉상도 포함이다.ㅋ덕분에 내 주머니는 다시 IMF를 맞게 생겼으니, 한동안 안 보이던 녀석이 말끔히 차려입고 나타나면 일단은 '경.. 2024. 10. 24.
[2009.10.22] 오늘의 음반- 정경화 Mussorgsky : Khovanshchina /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가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찾는 경우가 있다.오래된 세탁물에서 나오는 현금과 같이 금전적 도움이 되는 발견도 있지만, 책갈피에 끼워 놓았던 빛바랜 사진이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다 나온 예전의 소중한 기록들, 이젠 기억도 안나는 지인에게서 보내진 편지나 오래된 성적표와 같이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쏠쏠한 보물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Testament 레이블도 이런 발견을 한 것일까?  30년도 더 지난 정경화의 음원을 도대체 어디서, 왜 하필 이제야 끄집어내어 음반으로 낸 것인가? 줄리니의 지휘에 베를린 필의 연주라면 연주의 질이 낮아 이제껏 출반을 보류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73년이라면 완숙미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정경화의 가장 힘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열정적 시기'임을 감안할 때 이.. 2024. 10. 23.
[2009.10.22.] 한 밤의 압구정 외출 스케치 이른 감이 있지만 초등학교 6학년의 딸아이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것일까?  '첼로'를 전공하겠다는 결심으로 예술고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밤 9시가 넘어 동호대교를 건너 학원이 있는 압구정동에 도착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이곳까지의 기사 노릇에다 첼로 포터 역할 뿐이지만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야 하는 이 노릇을 피차 잘 해낼 수 있을지 지레 걱정이다. 시동이 꺼진 차 안에서 읽다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펴 들고 레슨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한밤중에 자동차 실내등을 켜놓고 FM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배경으로 책장을 넘겨가는 것도 이러고 보니 제법 멋스럽다. (하지만 한 겨울이나 한 여름엔 어떡하지?)그런데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2024. 10. 17.
[2009.10.21] 노느니 꼼지락거리기(4)-오디오 케이블은 일방통행이다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동안 비교적 '케이블'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케이블 간의 분명한 음질적-정확히는 음향적-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할 뿐 아니라 실제 그 차이를 여러 번 경험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격만큼의 차이를 의미하진 않으며 어떤 향상이 때로는 특정 장르에 국한된 이야기일 경우가 많았고 기기 전체의 성능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이라는 것에는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남들은 제일 중요하고 차이를 크게 느낀다고 하는 '파워 케이블'의 경우에는 거의 케이블 간 구별을 못해내는 '막귀'가 한몫을 하고 있다. 오히려 소스 쪽 '인터 케이블'에만 조금의 민감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 사용하는 케이블들도 앰프를 들이면서 함께 추천되어 따라온 제조사 번들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물론 제조사에선 .. 2024. 10. 16.
[2009.10.19.] 오늘의 음반] 이번엔 재즈다-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 사람이 참 간사해서 아침 기온이 조금 더 떨어졌을 뿐인데 맘은 벌써 늦가을 한 복판을 벗어나 겨울의 초입을 걷고 있다. 몇 계절 전에 입었을 겨울 양복을 다시 꺼내 입고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새벽녘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후라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하고 딱 내 맘에 드는 계절이다. 이런 계절엔 클래식도 좋지만 '재즈'가 제격이다.진공관 앰프를 통해 공간 가득히 메워진 색소폰의 끈적한 울림과 쓰다 싶게 진한 커피 한 잔-이게 와인 한 잔으로 바뀌어도 상관없다-그리고 책 한 권이면 내게는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저녁의 인상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재즈'에 대해 잘 모른다. 불과 몇 명의 뮤지션을 거명하기도 버거워서 따로 '공부'라도 해 보려고 박스 세트를 구입하는 노력도 해 봤지만 역시 내 취향이 아.. 2024. 10. 15.
[2009.10.17.] 아고라어쿠스틱스 오디오 랙 설치 오디오를 시작한 이후로 제대로 된 '오디오 랙'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저 길쭉한 티 테이블을 이용하거나 지금처럼 다리 없는 나무 선반이나 오석 위에 있는 대로 기기를 올려놓는 것이 전부였다. 랙에 들어갈 만큼의 장비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바닥에 쭈욱 늘어놓는 것이 없는 살림에는 오히려 꽤나 운치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오디오를 시작한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눈 튀어나올 만큼의 값나가는 기기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AV 쪽을 포함하면 모아진 기기들이 랙 하나 정도는 채울 만큼은 되는 것 같아서 쓸만한 오디오 랙 하나를 장만하기로 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덩치 큰 스피커를 들이면서 일렬로 나란히 올려놀 공간이 없어 CDP를 나무 선반 아래에 매직핵사를 받쳐놓고 거실 앞 쪽으로 빼놓.. 2024. 10. 14.
[2009.10.16.] '상실의 시대'를 읽고, 하루키의 글쓰기를 평하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연도를 생각하면 너무 늦었지만, 현재까지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에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했을 '상실의 시대 (원제:노르웨이의 숲)'를 읽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란 원제를 '상실의 시대'로 작가 스스로 바꾸어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상실'을 좋아하는 그를 생각하면 잘된 개명이라 생각한다. '양을 쫓는 모험'과 '상실의 시대' 사이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같은 장편 소설이 몇 권 더 존재하겠지만,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는 그다음 순서였다. 그의 책들을 발간 순서대로-물론 가지고 있는 책에 한해서- 섭렵해 가는 동안 그의 글쓰기 기법은 '레고 블록'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그마한 블록들의 역할을 할 단편이나 전작의 소설들 중에서 아이템을 모은 후, .. 2024. 10. 11.
[2009.10.13] 오늘의 음반-도이치 그라모폰(DG) 111주년 기념 박스세트 처음으로 박스 채 뽐뿌를 한다.뭐라 해도 클래식 음반 레이블의 정수는 '도이치 그라모폰(이하 DG)'임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취향이 '아르모니아 문디'나 러시아 '아르히브 Archiv' 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이제껏 컬렉션의 최우선이었으니, 물량면에선 적어도 '소니'나 '데카'에 댈 바가 아니다.111년간 DG의 산증인이라 할 대표 앨범 55장이 한 상자에 담겨 예약 판매를 하더니 최근 시장에 풀렸다. 10년을 단위로 DG와 당시 소속 아티스트를 소개한 내용과 55장의 앨범 수록곡 리스트를 담은 북크릿과 함께 붉은 상자에 담겨있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지만 배송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성질 급한 나 같은 사람에겐 처음부터 적당한 구입 .. 2024. 10. 10.
[2009.10.10] '판테온Mk3', 한번 더 튜닝 받기 집 나갔던 '판테온 Mk3'가 딱 두 배 좋아져서 돌아왔다.지난 추석전에 업그레이드를 받은 판테온에 소리 '외적'인 문제로 제조사에 다시 다녀왔던 것인데 바로 '화이트 노이즈'가 다소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9.9.27.] 판테온 MK3 업그레이드 완료!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렀다.홈페이지에서 Tone의 약도를 출력해서 적힌 그대로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려고 보니 '송파구 오림동'을 아무리 입력해도 그런 동 명칭은 없aladdin-today.tistory.comTone 정사장님은 '화이트 노이즈'가 아니라 '험Hum'이라고 하셨으나 앰프 트랜스에서 발생하는 직접음을 흔히 '험Hum'으로 부르는 현실에서는 무신호시 스피커의 우퍼나 트위터의 노이즈 소리가 '웅~'이던 '쓰~'하는 치찰.. 2024.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