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19 [2009.11.3.] 서둘러 온 겨울 아침에 생각하는 '중간 가기' 짜인 일정대로 살아가는 걸 즐기는 나 같은 극소심 A형들에겐 뭐든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는 건 꽤나 짜증스러운 일이다. 가급적 하루를 미리 계획해 놓은 일정대로 살아야 하고, 밥도 미리 정해진 사람이랑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늘 계획된 시간에 가야 후련하다. 화장실은 늘 후련하긴 하지만^^ 힘들고 불편스러운 일인데도 계획에 있었던 일이라는 이유로 꾸역꾸역 해내는 스스로가 어느 땐 대견하기까지 할 정도다. 가끔 나의 게으름 때문에 '계획'을 어길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서둘러 찾아온 겨울 날씨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사이에 안면을 바꾸고 곤두박질한 수은주와 심술궂은 바람은 때 아닌 겨울 외투를 꺼내게 하고 채 노란 잎을 뽐내지 못한 은행나무를 알몸으로 만든다.오늘은 .. 2024. 11. 1. [2009.11.2.] 뭐 이런 식으로 돈이 나가는 건 아깝지 않네 10월부터는 돈을 벌러 회사에 다니는 건지 내러 다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경조사비가 집행되고 있다. 일전에 블로깅을 통해 수북이 쌓인 청첩장은 한 번 언급했으니 넘어간다 치자. 하지만 찬 바람이 나면서부터 돌아가시는 분도 제법 생기고 부서에 생일자들도 몰려 있어서 계획에 없던 주머니 돈이 삼베 바지 방귀 빠지듯 사라지는 일이 잦다.이해 득실을 따져가며 경조사를 챙겨가기엔 너무 야박하지만 워낙 많은 건 수라 솔직히 적당히 무시하는 것들도 제법 나온다. - 나 역시 주급 생활자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ㅠ이 와중에 오늘부터 회사에서 또 다른 모금 행사를 시작한다.몰랐는데 직원들 중에 암이나 뇌출혈 같은 중병으로 장기 투병 중인 사람이 5명이나-그 외에 상해로 인한 장기 입원 직원이 몇 더 있다-있는.. 2024. 10. 31. [2009.10.29] 오늘의 음반 - 편안한 바이올린, '조슈아 벨과 친구들' 가을엔 역시 진공관의 따뜻한 열기와 함께 BGM처럼 흐르는 '빈티지'스러운 음악들이 제 격이다.날이 점점 서늘해지다 보니 듣는 음악도 심각한 클래식의 본류보다는 듣기 말랑한 곁다리를 기웃거리게 된다. 오로지 편안한 리스닝의 측면에서 일찌기 상이란 상은 다 받으면서 바이올린의 천재 소년으로 등장한 '조슈아-남자 이름치곤 참 이쁘다- 벨'의 최근 앨범 '조슈아 벨과 친구들'을 추천하다.전형적인 미국인 하이틴-지금은 물론 훨씬 나이를 먹었겠지만-같은 외모의 조슈아 벨은 첼로의 '요요마'와 비슷하게 내게 이미지화되어 있다.정통 클래식 연주자이면서도 다양한 쟝르와의 호흡을 나누는데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감수성의 표현 양식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탱고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이.. 2024. 10. 30. [2009.10.28] 기계의 노예가 되지 말자 - 지난 밤의 헛 짓을 바탕으로 어제 저녁에는 몇 년 전 미국 출장을 함께 갔던 업계 교육담당자들과 저녁 약속이 여의도에서 있었다. 오래간만의 모임이라 늦지 않으려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사무실을 나왔다.사무실이 있는 '종각역'에서 '여의도역'까지는 보통 종로 3가역에서 5호선을 갈아타고 가는 것이 보통인데, 어제는 하도 오래간만의 여의도행이라 그런지 도무지 동선이 그려지지 않았다. 종각역 벽에도 전체 노선도를 찾을 수가 없어서 PDA폰에 내장된 지하철 노선도를 열었다.사용 중인 프로그램은 'Pocket Subway'란 것인데 이럴 땐 무척 유용하다. 단순히 지하철 노선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역의 출구정보, 주변 시설물, 연계 교통편, 운행 시간표 등 제법 쓸만한 정보가 많다. 이왕 프로그램을 연 김에 종각역에서 여의도역까지의 최단.. 2024. 10. 29. [2009.10.27] 노느니 꼼지락거리기(5)-케이블 조금 바꿔보기 아틀란티스 스피커는 윌슨오디오의 그것이 그러하듯 고음부 모듈과 저음부 모듈로 나뉘어 있다. 다시 말해 스피커의 머리 부분과 몸통이 분리가 되는 형태라서 여느 스피커와는 달리 이들 간을 연결할 케이블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조사(금잔디음향)에서는 뉴트릭의 스피콘 단자를 이용해 '카나레 4S11G' 케이블(스피커 뒷 상단의 검은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카나레'는 일본의 대형 케이블 메이커로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는 가격대비 성능은 우수하나 하이엔드로서는 좀처럼 자리매김되지 못하고 있는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내가 생각할 때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 생각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는 못된 습성이 작용한 탓이다.하지만 케이블 성능이 가격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 2024. 10. 28. [2009.10.26.]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다 보니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억지로라도 하루 한 시간 정도의 뉴스는 봐줘야 한다. 그래야 겨우 지금 국무총리가 누구인지, 아사다 마오가 왜 김연아의 적수가 안 되는지, 코리안시리즈 우승팀 속에 아직도 이종범이 뛰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하지만 정작 세상의 밑바닥 '진짜' 이야기들은 공중파보다는 '3류 저널'인 스포츠 신문 인터넷판을 통해 알게 되는 일이 많다. 그곳을 통해선 귀로는 믿기 힘든 요지경-이건 너무 이쁜 말이지만 달리 표현이 생각이 안 난다-속 같은 '어지러운' 세상의 '저급한'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1. 아버지와의 근친상간 끝에 어머니를 독약으로 살해했다는 막걸리 부녀 이야기- 우연이겠지만 이 사건 이후로 막걸리 판매가 급증하.. 2024. 10. 25. [2009.10.23] 경제 전망의 바로미터 - 청첩장 개수 세기 97년 말 IMF가 터지고 실직자가 급증할 때, 덩달아 결혼 계획까지 미루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보던 때가 있었다. 결혼이란 것이 한 두 푼짜리 행사가 아닌 지 오래이니 경제가 어려울 땐 '인륜지대사'라 한들 당해낼 장사가 없었던 것이다.몇 개를 버렸(?)는데도 책상 위에 앞으로 두어 달의 주말을 통째로 좀 먹을 청첩장이 수북하니, 그런 면에서 보면 내년의 경제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려나 보다. - 아님 현재의 상황이 이미 호전된 것이거나. 마치 무슨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 내색도 안 하던 녀석들이 한꺼번에 연락을 한다. 그중엔 사내 결혼을 선언한 우리 부서의 밉상도 포함이다.ㅋ덕분에 내 주머니는 다시 IMF를 맞게 생겼으니, 한동안 안 보이던 녀석이 말끔히 차려입고 나타나면 일단은 '경.. 2024. 10. 24. [2009.10.22] 오늘의 음반- 정경화 Mussorgsky : Khovanshchina /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가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찾는 경우가 있다.오래된 세탁물에서 나오는 현금과 같이 금전적 도움이 되는 발견도 있지만, 책갈피에 끼워 놓았던 빛바랜 사진이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다 나온 예전의 소중한 기록들, 이젠 기억도 안나는 지인에게서 보내진 편지나 오래된 성적표와 같이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쏠쏠한 보물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Testament 레이블도 이런 발견을 한 것일까? 30년도 더 지난 정경화의 음원을 도대체 어디서, 왜 하필 이제야 끄집어내어 음반으로 낸 것인가? 줄리니의 지휘에 베를린 필의 연주라면 연주의 질이 낮아 이제껏 출반을 보류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73년이라면 완숙미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정경화의 가장 힘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열정적 시기'임을 감안할 때 이.. 2024. 10. 23. [2009.10.22.] 한 밤의 압구정 외출 스케치 이른 감이 있지만 초등학교 6학년의 딸아이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것일까? '첼로'를 전공하겠다는 결심으로 예술고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밤 9시가 넘어 동호대교를 건너 학원이 있는 압구정동에 도착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이곳까지의 기사 노릇에다 첼로 포터 역할 뿐이지만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야 하는 이 노릇을 피차 잘 해낼 수 있을지 지레 걱정이다. 시동이 꺼진 차 안에서 읽다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펴 들고 레슨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한밤중에 자동차 실내등을 켜놓고 FM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배경으로 책장을 넘겨가는 것도 이러고 보니 제법 멋스럽다. (하지만 한 겨울이나 한 여름엔 어떡하지?)그런데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2024. 10. 17. 이전 1 2 3 4 5 6 7 8 ··· 47 다음